[소강석 목사의 시편] WCC 총회, 서로 윈윈하는 길
입력 2012-09-03 18:01
2013년 부산에서 열릴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에 대한 논란이 많다. WCC는 한국교회의 위상을 높일 호재가 될 뻔했다. 공영방송 뉴스나 고발 프로그램에서 사이비 이단들이 마치 기성 교회나 목회자인 것처럼 보도할 정도로 한국교회의 위상과 이미지가 땅바닥까지 실추된 상황에서 말이다. 이러한 때 WCC 총회는 보수와 진보가 한마음으로 개최하는 기독교 올림픽이 될 뻔했다. 그러나 지금 WCC 총회를 앞두고 여전히 보수와 진보 간에 분열하고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더구나 필자는 WCC 총회를 반대하는 보수교단 소속 목회자이기에 더 가슴이 아프다. 애당초 WCC 총회는 유치 단계부터가 문제였다. 적어도 WCC 총회를 유치하는 분들이 한국교회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검토했어야 했다.
WCC 총회를 통하여 세계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행사를 한다고 한들, 한국 교계가 다시 분열의 소용돌이 속에 빠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WCC 총회를 신학적인 문제로 바라볼 것인가, 선교적인 문제로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나는 젊은 목사로서 한국교회 위상과 이미지 회복 차원에서 WCC 총회를 선교적 관점의 행사로 진행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주님의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겠는가. 그러나 WCC 총회가 신학적인 행사로 간다면 보수 교단 목회자로서 총회 이후의 파장을 간과할 수는 없다. WCC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대회를 보면 종교다원주의적 요소가 부분적으로 발견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걸 자꾸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것과 같다.
이제 WCC 총회 개최를 앞두고 한국교회의 피해와 상처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첫째, WCC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그냥 찬성하는 사람들끼리 개최하면 된다. 한국교회는 과거 WCC 총회 문제로 인하여 분열하였던 아픔과 상처가 있다. 그런데 그때 보수교단이 입은 상처와 아픔을 아우르지도 못하면서 또다시 WCC 총회를 무조건 같이하자고 하는 것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그러니까 아쉽지만 뜻이 있는 사람만 하면 된다.
그러나 둘째로, 정말 WCC 총회가 반쪽짜리 대회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의 잔치가 되기 위해서는 준비위 측에서 WCC로 하여금 한 가지 분명한 선언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중보자요, 구원자라는 사실과 성경만이 성령으로 감동된 객관적인 권위를 갖는다는 분명한 신앙 고백과 신학 선언을 말이다. 그리고 과거 WCC 문제로 인하여 한국교회가 분열한 것에 대한 책임의식과 유감 표명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차피 이 일에는 정치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준비위 측에서 진정성 있는 변화와 노력을 할 때 한국교회 전체가 하나 되는 WCC 총회를 치를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기독교 행사를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교회 전체의 집안 단속부터 잘해야 한다. 집안이 하나 되고 평안해야 바깥일도 형통하지 않겠는가. WCC 총회의 방향성을 선교적인 관점으로 제고하면서 좀 더 현실적인 정치적 능력과 전략적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