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아 솔아 푸른 솔아…’ 박영근 시인 詩碑 부평에 세웠다
입력 2012-09-02 23:22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민중가요로 유명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자이자 1980년대 노동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고 박영근 시인(1958∼2006·작은 사진)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시비 제막식이 1일 오후 3시 인천시 부평구 신트리공원에서 열렸다. 2006년 5월 11일 결핵성 뇌수막염과 패혈증으로 세상을 뜬 지 6년 만이다.
시비는 박영근시비건립위원회(회장 정세훈)가 문학·미술·노동계 및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들로부터 모금한 2100여만원의 성금으로 건립됐다. 시비 앞면에는 박영근의 시 ‘솔아 푸른 솔아-백제 6’이 새겨졌다. “부르네 물억새마다 엉키던/ 아우의 피들 무심히 씻겨간/ 빈 나루터, 물이 풀려도/ 찢어진 무명베 곁에서 봄은 멀고/ 기다림은 철없이 꽃으로나 피는지/ 주저앉아 우는 누이들/ 옷고름 풀고 이름을 부르네.//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솔아 푸른 솔아-백제 6’ 부분)
글자체는 시인이 남긴 육필원고에서 땄다.
제막식에는 정세훈 시비건립위윈회장과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소설가 현기영씨를 비롯해 시인 김이구씨 등 고인의 친구들, 홍미영 부평구청장 등 부평구 관계자, 유족, 인천지역 문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박영근은 1974년 전주고 1학년을 중퇴하고 상경, 서울 양천구 신정동 뚝방촌과 공장 노동자로 떠돌며 살았으며 1985년에 서울 구로에서 인천 부평으로 이사를 왔다. 시인이 25년 동안 살았던 곳이 부평이었고, 마지막 삶터도 부평이었다.
미망인 성효숙씨는 “박영근 시인은 생전에 부평으로 오게 된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고 회상했다. 박영근 시인 시비가 고향인 전북 부안에 세워지지 않고 부평 신트리공원에 세워진 것도 이 때문이다.
부평=글·사진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