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은행들 나서 4조원 긴급 수혈

입력 2012-09-02 23:12

세계적 불황으로 해외 선주들의 대금 지급이 늦어지자 조선업계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수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기존 계약 물량도 배를 다 만들어야 선주가 돈을 주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무차입 경영으로 유명한 삼성중공업은 최근 차입금을 9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렸다. 지난 1분기까지 보유현금이 차입금보다 3445억원 더 많았지만 최근 선수금 계약 관행이 바뀌면서 배를 제작할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계약에 성공하면 선수금 20%를 받아 바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고 나머지도 중도금으로 4차례에 나눠 지급됐는데 최근엔 수주도 줄고 대금마저 배의 최종 인도 시점에 50∼60%를 받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자금난이 심한 건 조선 3사가 공통이다. 올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모두 2조4000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이 이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으며 이를 위해 지난달엔 현대자동차 지분까지 매각해 7048억원을 현금으로 확보했다.

정부는 운전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업계를 위해 정책금융기관은 물론 시중은행까지 동참시켜 4조원 규모의 제작금융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3일부터 정책금융공사, 산업은행 등 2개 정책금융기관과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이 제작금융 지원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제작금융은 수출입은행이 도맡았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지원규모를 3조5000억원으로 늘렸지만 조선업계 불황이 깊어져 추가 지원이 필요해졌다.

윤창호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7곳에서 4조원 안팎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성규 김찬희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