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카드 리볼빙 ‘장삿속’… 10명중 8명에 ‘고금리 폭탄’

입력 2012-09-02 19:58

외국계 은행들이 신용카드 리볼빙 서비스를 통한 ‘고금리 장사’에 주력하고 있다.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80% 이상이 연 26%가 넘는 금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불황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 금리 폭탄을 안기고 있는 셈이다. 리볼빙 서비스는 신용카드 이용액의 5∼10%를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다음 결제일로 미루는 제도다.

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7월 말 기준으로 대출성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80.34%에게, 씨티은행은 80.04%에게 연 26∼30%에 달하는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카드사는 리볼빙 서비스 이용고객 중 연 26∼30%대의 금리를 적용받는 고객 비중은 평균 37%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한카드는 리볼빙 서비스 이용고객의 13.41%만이 연 26% 이상의 이자를 내고 있다. 하나SK카드는 19.39%, 롯데는 29.97%, 현대는 39.91%의 대출성 리볼빙 서비스 이용고객이 고금리 대상이었다. 그나마 이 비중이 높다는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도 각각 55.95%, 67.23% 정도에 불과하다.

고금리 장사를 하면서 외국계 은행은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카드 수수료 수입에서 대출성 리볼빙 서비스 수입 비중이 2분기 기준으로 SC은행은 26.38%, 씨티은행은 26.71%에 이르렀다. 3분의 1에 육박하는 수입을 리볼빙 서비스에서 얻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전 업계 카드사 대부분은 이 비중이 25%에 못 미친다. 아직 은행에서 카드 부문을 분사하지 않은 우리은행의 경우 카드 수수료 수입에서 리볼빙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18.20%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은행 예금 등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리볼빙 서비스를 확대해 높은 이자를 받아가는 것은 ‘약탈적 금리장사’라는 지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전 업계 카드사가 금융당국의 리볼빙 규제를 받는 사이 외국계 은행들은 눈치 보지 않고 고금리 리볼빙 사업을 하고 있다”며 “어떤 개선의지도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내 전 업계 카드사는 최근 리볼빙 서비스 금리를 1% 포인트 이상 낮추고, 최소결제비율을 현재보다 10%가량 높이는 등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