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패럴림픽] “투병중 어머니께 금메달 바칩니다”… 유도 100kg 최광근 그랜드슬램 달성
입력 2012-09-02 19:49
“엄마 빨리 회복해! 나 금메달 땄어!”
2일(한국시간) 시각장애인 유도 선수 최광근(25·양평군청)이 영국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 유도경기장에서 열린 2012 런던 패럴림픽 유도 남자 100㎏ 결승에서 마일스 포터(미국)를 허리후리기 한판으로 꺾었다. 다리에 생긴 봉와직염으로 패럴림픽 직전에 2주 동안이나 병원에 누워 있어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지만 포터는 세계랭킹 1위인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과 2011년 터키에서 열린 세계시각장애인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섰던 그는 이날 금메달로 장애인 유도선수로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경기가 끝난 후 열린 인터뷰에서 그는 연신 어머니를 불렀다. 그가 유도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응원 덕분이기 때문이다. 고교시절 유도 유망주였던 그는 연습중 상대 선수의 이마에 왼쪽 눈을 부딪치는 바람에 ‘망막박리’로 시력을 잃었다. 유도 선수로서의 인생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이었지만 그는 유도를 계속 하기로 결심했고, 그의 어머니는 헌신적으로 그를 응원했다. 그는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서 다행이에요. 어머니께서 지금 림프선 결핵으로 많이 편찮으시거든요”라며 금메달을 아픈 어머니에게 바쳤다.
이날 최광근의 금메달로 한국은 이번 대회 2번째이자 유도 종목에서 1992년 안유성(86㎏)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을 땄다. 최광근은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노메달에 그쳤던 한국 유도의 자존심을 되살리면서 대회 이틀째 멈칫했던 메달 레이스에도 가속을 붙였다.
육상에서도 이번 대회 첫 메달이 나왔다. 전민재는 이날 런던 올림픽파크 내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여자 200m T36(뇌성마비) 종목에서 31초08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 종목에서 30초25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엘레나 이바노바(러시아)에 겨우 0.83초 뒤진 기록이다. 전민재는 오는 8일 100m 종목에서 추가 메달 획득을 노린다.
이외에 탁구에서는 지적장애인 종목에 출전한 손병준이 결승에 진출했고 장애 정도에 따라 나뉜 클래스 2 종목의 김경묵과 클래스 4 종목의 김영군도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했다.
한편 한국은 대회 둘째날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이인국이 ‘3분 지각’ 사태로 실격당하면서 메달 레이스를 멈췄다. 하지만 셋째 날 최광근과 전민재가 금 1개과 은 1개를 따내면서 전체 금 2개, 은 1개, 동 1개로 메달 순위에서 18위에 올랐다. 중국이 금메달 20개로 종합 1위를 달리고 있고 호주가 11개로 2위, 개최국인 영국이 9개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