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긴장했던 관계 협력모드 신호탄?

입력 2012-09-02 19:24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2일 단독 회동은 지난 5년간 팽팽했던 두 사람의 긴장관계가 협력모드로 전환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선을 불과 3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후보가 만난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분위기 또한 시종 화기애애했다는 점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대통령과 여당 후보의 만남은 2002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회동이 마지막이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희비가 엇갈린 두 사람은 수차례 대립을 반복했다. 18대 총선 당시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고, 2010년에는 미디어법과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두고 긴장이 고조됐다. 관계 개선을 위해 단독 회동을 가질 때마다 뒤탈이 났다. 청와대는 박 후보가 사사건건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했고, 박 후보 쪽은 청와대가 박 후보의 대항마를 키우려 한다고 의심했다.

올 초 이 대통령 측근 비리가 연이어 터지면서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 후보 측에서도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 주장이 거셌다. 하지만 박 후보는 “역대 정권 말기마다 대통령 탈당이 반복됐지만 과연 그것이 해답이었느냐”며 탈당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수세에 몰린 이 대통령에게 박 후보가 힘이 돼준 셈이다. 박 후보는 정책은 다를 수 있을지언정 인위적 차별화는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이 대통령도 탈당하지 않은 채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 이 대통령이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탈당하지 않은 첫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은 확실히 커졌다.

두 사람은 100분간 만났지만 민생 현안 외에 다른 내용에 대한 브리핑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여권의 화합과 결속을 강화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근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전 대표 등 비박(非朴·비박근혜) 인사들이 박 후보의 대화합 행보를 비판하고 연찬회에 불참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는 데 대해 의견 교환이 있었으리란 얘기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적인 언급은 안 했더라도 뭔가 신호를 주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