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발사체 도착… 상단과 조립 대기

입력 2012-09-02 23:03


지난 1일 오후 5시50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 선착장. 멀리서 길이 33m, 무게 130t의 나로호 1단 로켓이 대형 바지선에 실린 채 다가오고 있었다. 전방과 좌우에는 6대의 선박이 호위했다. 선착장에서 초조하게 대기하던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나로호개발책임자와 민경주 항우연 나로우주센터장 등 관계자들의 얼굴이 한껏 밝아졌다.

오후 6시 정각. 1단 로켓이 선착장에 사고 없이 접안했다. 1단 로켓은 무진동트레일러째 바지선에서 지상으로 이동했다. 다시 1시간여 뒤 푸른색 덮개로 꼼꼼하게 포장된 로켓이 발사체 조립동에 입고됐다. 러시아에서 항공편으로 배달된 뒤 이날 새벽 부산신항을 출발한 1단 로켓이 긴 항해를 거쳐 무사히 발사장소에 도착한 것이다.

러시아 로켓제작사 흐루니체프사에서 개발한 1단 로켓은 나로호를 지상 170㎞까지 쏘아 올리는 주요 추진체이다. 나로호의 핵심인 1단 로켓의 도착으로 10월 말로 예정된 나로호 3차 발사를 위한 첫 단계는 마무리됐다. 국내에서 제작한 상단부(2단 및 페어링)와 100㎏급 나로과학위성은 이미 지난달 도착해 점검 중이다.

조기주 항우연 발사체 추진기관팀 박사는 “태풍의 영향으로 해상운송조건을 맞추기가 상당히 어려웠지만 1단 로켓이 안전하게 이송됐다”며 “1단에 대한 최종적인 기술점검을 마친 뒤 상단부 및 위성과 조립하면 10월 중 발사를 위한 준비는 완료된다”고 밝혔다.

나로우주센터 측은 1단 로켓 도착에 앞서 이날 오전 발사대 지하의 발사보조시설을 공개했다. 100개 안팎의 방마다 액체연료 정제시설과 온도조절용 공기 주입기기 등 나로호 발사를 위한 필수장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천장에는 130㎞에 달하는 케이블선이 복잡하게 연결돼 발사와 관련된 일체의 데이터를 통제시설로 전송했다. 발사대 설계는 러시아 기술진이 했지만 수만 장에 달하는 세부 설계도면을 확보한 것이 성과였다.

1단 로켓 도착을 앞두고 항공우주센터는 지난달부터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대전의 항우연을 오가던 연구원 100여명은 주말에도 집에 가지 못한 채 나로우주센터를 지키고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조광래 박사는 1차 발사 실패 이후 한 차례도 휴가를 가지 못한 채 계속 대기상태였다”고 귀띔했다. 나로호는 2009년 8월 25일 1차, 2010년 6월 10일 2차 발사에 각각 실패했다.

민경주 센터장은 “초속 5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한 태풍 볼라벤으로 발사시설 파손 우려가 컸다”며 “다행히 시설물 피해가 거의 없어 10월 중 발사 일정에 큰 차질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외나로도=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