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자성론] 이젠 ‘힐링’이다… 국가 차원 서슬퍼런 근절대책 내놔야

입력 2012-09-02 19:16

나주에서 발생한 여자 초등생 납치성폭행은 우리 사회의 아동 대상 성범죄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범람하는 아동 음란물에 심취한 범인이 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알고 지내는 동네사람의 집에 침입해 잠자던 어린아이를 납치해 성욕을 채웠다.

따라서 온 국민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제도 확립과 단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이번 사건의 배경에 도사리고 있는 음란물 범람 등 사회병리적 요인들이 대충 묵인되는 현실에 대한 반성도 지적되고 있다.

2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3세 미만 어린이 대상 성폭력 범죄 건수는 949건이다. 신고를 꺼리는 성범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아동 대상 성범죄는 해마다 수천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 대상 성범죄가 특정 ‘사이코’의 일탈 차원을 넘어 이미 일상적이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적극 나서서 장기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아동 대상 성범죄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행에 대해서는 최소 25년 징역형이나 감형 없는 종신형, 평생 격리 등 강력하게 처벌하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형량이 낮다는 것이다. 강력한 처벌은 그만큼 아동 대상 성범죄가 중대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줘 범죄 억지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또한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범죄자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신적인 문제가 발견된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약물치료나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 대상 성범죄 욕구를 증폭시키는 음란물을 규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인권침해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정기적인 약물 주입으로 성충동을 억제하는 ‘화학적 거세’ 확대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범죄 피해 아동은 육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오랫동안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이 겪는 고통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피해 아동에 대한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보호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 복지기금 설립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도 앞서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경찰·의료진·상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특별반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을 받을 기회가 적어 성범죄의 표적이 될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은 소외계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도 절실하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아동 대상 성폭력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피해 아동이 성인이 돼 건강한 가족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전문가와 주변인들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