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폭력 경선’… 민주당, 자갈밭 대선길
입력 2012-09-02 18:56
민주통합당이 이상하다.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정당에서 대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내부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중반으로 치닫는 대선후보 경선도 흥행은커녕 폭력 사태까지 빚어졌다. 당의 위상이 추락하는 ‘분열의 경선’ 끝에 ‘컨벤션 효과’가 생겨날지도 의문이다.
대선을 진두지휘할 당 지도부부터 ‘경선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연일 두들겨 맞고 있다. 2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합동연설회에서 이해찬 대표는 인사말을 위해 연단에 서자마자 거센 야유를 받았다. “이런 게 경선이냐” “사퇴하라”는 고함이 터졌고, 육두문자까지 나왔다. 경선 결과가 발표된 후에는 비문(비문재인) 후보 측 지지자가 불만을 터뜨리며 우산과 신발을 집어 던져 참석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축제’가 돼야 할 경선이 지도부에 대한 불만 표출의 장으로 변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충북 경선에서도 야유를 받았고, 26일 울산 경선도 비문 후보 지지자들의 반발로 난장판이 됐다.
분위기가 이렇게 악화되자 3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지도부 사퇴론까지 제기됐다. 초선의 황주홍(전남 장흥·영암·강진) 의원은 국민일보와 가진 통화에서 “이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체제 이후 정당 지지율이 올라갈 기미가 안 보인다”며 “프로야구단 한화의 한대화 감독도 성적이 나빠 교체됐듯 이제 두 분도 결단을 할 시점에 왔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민주당 지지율은 23.4%로 새누리당(43.6%)과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4·11 총선 당시 민주당 득표율(36.5%)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지난달 31일에는 최고위원회의 도중 경선이 무난히 치러지고 있다는 이 대표의 입장과 달리 김한길 이종걸 최고위원이 ‘경선 위기’를 지적해 싸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도부 내 불협화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화약고나 다름없다.
당내 불협화음과 공정성 시비 후유증 때문에 경선이 끝나 후보가 정해져도 지지율 결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경선후보 측 관계자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안철수를 찍으면 찍었지 문재인 상임고문을 찍을 마음이 생기겠냐는 얘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에는 경선 주자 간 과열 경쟁과 함께 터져 나오는 불만을 적극적으로 다독이기보다 강하게 맞대응하는 이 대표의 ‘발끈 리더십’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있다.
3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도 이 대표가 일부 최고위원의 불만 제기에 회의를 일방적으로 끝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좀 더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최근 일은 특정 후보 측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