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성장기 뇌 발달 차이일 뿐… 나이 들면서 상당수 호전”

입력 2012-09-02 18:53


“10초마다 주의를 줘야 해요.”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돌아다녀요.” “아는 것도 자꾸 틀려요.” “학교 가기를 싫어해요.” “무슨 일이든 중간에 그만둬요.”

초·중·고생 자녀의 손을 잡고 인제대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클리닉을 방문하는 부모들이 박은진 교수에게 털어놓는 고민은 얼추 비슷하다. 초등학생은 산만한 태도, 중고생은 성적 하락이나 반항 등을 이유로 병원을 찾는다. 많은 경우 원인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이다. 지난달 30일 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교수를 만나 소아청소년 정신과 환자 중 가장 비율이 높다는 ADHD의 대처방안을 물었다.

-산만하지 않은 초등학생이나 계속 성적이 오르는 학생을 찾는 게 더 어려운 것 아닌가.

“아이들이 딴생각하고 집중 못하는 건 정상이다. 하지만 그냥 조금 산만하고 부산스럽다고 부모가 병원까지 찾지는 않는다. 대부분 정도가 심하고 증상이 꾸준한 경우,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정신과에 온다. ADHD는 학습장애, 게임중독 같은 다른 질환과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사라진다고 들었다. 저절로 치유되는 건가.

“아동 ADHD의 70%는 청소년기로 이어진다. 물론 저절로 낫기도 한다. 뇌 발달상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므로 뇌 발달이 평균치를 쫓아가면 정상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이 일부러 딴짓하고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내고 야단을 친다. 눈 뜨면 혼나는 아이들은 주눅 들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이게 누적되면 청소년기에 게임·약물중독, 비행행동으로 이어진다. 모든 걸 ADHD로 환원해 설명하는 태도는 문제지만 관심은 중요하다.”

-ADHD 아이들이 머리가 좋다는 얘기도 있는데.

“개인차가 크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해서 ADHD 아이들은 적극적이고 창의적이고 긍정적이다. 충동적이라는 건 다른 말로 하면 적극적인 것이다. 만나본 ADHD 아이들은 다수가 밝고 활달했다. 이런 좋은 측면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ADHD라는 질환명이 있긴 했으나 ‘병’이라는 부정적인 딱지를 붙일 필요는 없다. 성장기 뇌 발달과정상 개인차일 뿐이다. 가족과 교사들이 원인을 이해하고 행동습관을 바꾸도록 도와줘야 한다.”

-상담교사 등이 ADHD라는 1차 진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는데.

“위험하다. 2∼3차례에 걸친 면담과 행동관찰, 진단면접, 심리검사 등을 다 거친 뒤에라야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에도 경계선에 서 있어 애매한 환자가 있다. 경험 있는 의사조차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나 교사가 함부로 예단해선 안 된다. 반드시 경험 있는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