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1부) 비상등 켜진 개인의 정신세계] (7)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 (ADHD)
입력 2012-09-02 18:53
주의 산만-과잉행동… 초중고생 13% ‘부적응’ 증상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유명해진 정신질환이다. 병명 그대로 주의력을 관장하는 뇌의 특정 부위가 평균보다 발달이 지연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2006년 서울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 15.8%, 중학생 13.7%, 고교생 9.5%가 ADHD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교생 전체의 유병률은 4.6%. 가벼운 증상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13.2%까지 올라간다. 한 반(30명 기준)에 적어도 1명쯤은 ADHD 학생이 있다는 얘기다. 흔한 만큼 오해도 많다. ADHD를 둘러싼 대표적 오해 세 가지를 짚었다.
◇성적 떨어지면 모두 ADHD?=중학교에 진학한 뒤 컴퓨터 게임에 빠져 학업 성적이 수직 낙하한 A군(13). 잔소리하는 엄마에게 심하게 대들고 학교에서는 끊임없이 몸을 뒤쳐 야단을 맞았다. 부모는 ADHD를 의심했지만 결과는 뜻밖에 스트레스성 우울증이었다. 좋은 학군을 찾아 서울 강남으로 이사한 뒤 낯선 환경에 처한 A군의 우울증이 말썽행동으로 표출된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B양(11)은 얌전하지만 늘 딴생각에 빠진 학생이었다. 교사가 질문하면 항상 “예?”라는 반문이 뒤따랐다. 과제를 제때 끝내는 일도 드물었다. ADHD를 의심한 교사는 부모에게 상담을 권유했다. 결과는 갑상선기능이상. 원인은 아픈 몸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주의력이 떨어지거나 과잉행동을 한다고 다 ADHD는 아니다”고 강조한다. 간혹 밥을 굶거나 부모의 이혼, 가정폭력 등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이 ADHD로 오해되는 경우가 있다.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의 이선영 박사는 “학생들끼리도 심하게 까부는 친구를 보면 ‘쟤 ADHD 아니냐’고 농담할 만큼 ADHD는 과도하게 알려지고 진단되는 측면이 있다”며 “교사가 낙인을 찍고 이상한 아이 취급을 하는 대신 원인을 이해하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질환인가?=다혈질인 40대 중반의 택시 운전기사 C씨. 새치기 차량을 만나면 기어이 쫓아가 ‘복수’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뒷자리 손님을 까맣게 잊은 채 추격전을 벌이다 멱살잡이를 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참다못한 아내의 강권으로 정신과를 찾은 C씨의 병명은 ADHD였다. 건망증이 심한 50대 주부 D씨는 최근 동창회 가는 길에 옷가게에 들렀다가 모임 자체를 잊어버렸다. D씨 역시 ADHD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아동질환으로만 알려졌던 ADHD의 성인 사례가 속속 보고되면서 성인 ADH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ADHD 아동의 60%는 성인이 돼서도 잔여 증상이 남는다. ADHD 성인 환자 다수는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듯 보이지만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체계적인 일처리에 서툴거나 느닷없이 화를 폭발시키는 경우 성인 ADHD를 의심해봐야 한다.
◇ADHD 치료제에 마약성분이?=인터넷을 보면 두통이나 식욕부진, 무기력증 같은 ADHD 치료제의 부작용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일부에서는 마약성분이 들어 있다는 소문도 떠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논란이 된 암페타민 성분이 불러일으킨 오해라고 말한다. 암페타민 계열의 약물은 한국에서는 처방되지 않는다. ADHD의 약물치료 효과는 약 70%. 다수의 전문가들이 약물치료를 권하는 이유는 그만큼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다만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조인희 가천의대 교수는 “효과가 좋긴 하지만 약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며 “약물치료를 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세심한 관찰과 함께 사회심리치료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