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왔는데… 전셋집이 없다

입력 2012-09-02 23:07

가을 이사철을 맞은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집주인들이 대거 월세로 전환하고, 재건축 이주 수요도 늘어 적당한 전셋집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보증금 1억원 전후의 소형 아파트 전세 물건이 잘 등장하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은 강남구 개포주공,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등 재건축을 앞둔 낡고 협소한 주택이 많은 강남권 저층 단지에서 두드러진다. 개포주공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전세와 월세 비중이 5대 5였는데 최근 들어 3대 7 정도로 월세가 많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형 아파트 전세 물건이 사라진 것은 기존 입주자들이 웬만하면 재계약해 살던 집에 눌러앉는 데다 임대인들이 월세로 돌리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낮은 금리 탓에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가 많이 나오지 않는 데다 재건축 사업의 지연으로 갚아야 할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대거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 등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가 비슷한 조건의 소형 아파트 전세를 선점해버려 가을 이사철 소형 전셋집은 씨가 마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초부터 이주를 시작한 가락시영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 수준은 1억원 미만이어서 세입자들이 비슷한 금액에 옮길 수 있는 아파트가 개포주공, 둔촌주공 등 주변 재건축 추진 단지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전세를 선호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어쩔 수 없이 반전세로 계약하는 사례도 많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2년 전보다 크게 오른 전세 보증금을 한 번에 감당하기 어려워 가격 상승분을 월세로 내는 ‘고육지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반전세 전환은 절대적인 보증금 수준이 높은 강남권 중형 아파트 단지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103㎡는 전세시세가 2억원대 후반∼3억원으로 올라 보증금 2억원, 월 40만원으로 반전세 계약을 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 공급이 점차 줄어들고 돈이 있어도 집을 사기보다 전세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에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전셋값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