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대비 66조원 쌓아둔 대기업
입력 2012-09-02 18:50
최근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5일로 처분 완료가 예정된 교보생명보험 매각지분 10억 달러가 과연 언제 어떻게 출현하느냐다. 포스코의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달 초 교보생명보험 지분 492만주(10억 달러 상당)를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당시 공시에서 “핵심 투자사업 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등”이라고 처분 목적을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이사회를 열고 현대자동차 주식 320만3420주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금액은 현대중공업 자기자본의 5.07%에 해당하는 7463억9686만원이다. 공시에 적힌 처분 목적은 “재무건전성 제고”였다.
불황이 장기화되자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급격한 경기악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불황이 걷힌 뒤 대대적인 인수합병(M&A)으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포석도 있다.
실제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0대 기업(금융·공기업 제외)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지난 6월 말 현재 66조2542억원으로, 2010년 말(55조4807억원)보다 10조7735억원(19.4%)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9조7914억원에서 15조5219억원으로, 현대차는 6조2158억원에서 7조323억원으로 늘었다.
실적이 악화된 STX조선해양은 지난달 31일 투자설명서를 공시하며 “STX OSV(유럽 자회사)의 매각을 통해 약 896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2014년까지 STX에너지, STX중공업의 직접상장 또는 특수목적회사 설립을 통해 일부 지분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순위 10대 그룹 소속 83개 상장사(금융회사 제외)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전체 순이익은 21조6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0.2% 늘어났다. 그러나 삼성과 현대차를 제외한 8개 그룹의 순이익은 작년 상반기보다 대폭 줄어들거나 적자가 확대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GS와 현대중공업의 순이익은 각각 56.8%(3000억원), 55.8%(8000억원) 급감했다.
이경원 권혜숙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