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만 팔면 끝?… AS로 감동시켜라!

입력 2012-09-02 23:15


차를 팔기만 해선 안된다. 고객은 토탈 서비스를 원한다. 처음 영업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차량 구입 후 사후 서비스(AS)까지 국내 완성차 업계는 고객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붙잡기 위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몰 뒤편에 위치한 현대차 에스프레소 1호점에 들어섰다.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스윙 재즈곡 ‘Where or When’이 부드럽게 귓가를 스친다. 커피빈이 입주해 있는 이곳은 커피를 주문하려면 중앙에 ‘S’ 라인 형태로 전시된 차량을 뚫고 줄을 서야 한다.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 신형 아반떼, 디젤 중형 세단 i40 사이를 헤치고 커피를 받아든다. 창 밖엔 비가 내리고 에스프레소 향기를 맡으며 물끄러미 자동차를 바라본다.

커피가 준비되는 동안 i30 차창에 얼굴을 비춰보던 직장인 김주미(32)씨는 “새 차를 살 생각을 하고 있어 커피도 마실 겸 들러봤다”고 했다. 김씨가 관심있는 모델은 디젤 엔진에 해치백 형태로 마감된 i30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든 김씨는 i30 앞좌석에 올라 운전대를 만지작거렸다. 김씨는 “실내 공간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며 웃었다.

영업점은 단순히 차를 사고파는 비즈니스 공간이 아니다. 차에 더해 새로운 경험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현대차는 지난달 영업점 안에 꽃집을 받아들인 서초 프리미엄 플라워샵을 개장했다. 고객과 함께 화훼강좌를 열기도 하고, 예비 신혼부부가 방문하면 고급 부케가 장식된 웨딩카 제공 상담도 한다. 서울 대치동엔 갤러리로 변신한 영업점이, 경기도 용인엔 아이들이 환호하는 로보카폴리 패밀리 지점도 있다.

차는 또한 사고 나서가 더 중요한 상품이다. 안전 때문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정비 서비스 강화는 투입 대비 산출이 영 마땅찮은 분야이지만 수입차에 비해 국내차가 확고한 우위를 지키는 분야라서 소홀할 수 없다.

기아차는 이달부터 스마트 컨설팅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차량의 문제점을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다. 영상통화기능이 있으면 이를 직접 정비 경력 10년 이상의 엔지니어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받는다. 이마저도 귀찮다면 근거리 무선통신(NFC) 서비스를 택하면 된다. 차량 내부에 장착된 NFC칩 인근에 휴대전화를 대면 전화가 바로 센터로 연결된다. 하루 이상 차량을 맡겨야 한다는데 혹시 급한 일이 있다면 기아차에서 제공하는 대여차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물론 공짜다.

과잉정비 보상 프로그램은 이미 대세가 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함께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고객이 정비를 받은 후 필요이상 지출을 강요당했다고 느껴진다면 전문가들의 조사와 판정을 거쳐 금액의 300%를 보상받는 서비스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브랜드 고객을 위해 ‘3-5-7 쉐비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쉐보레 차량을 구입한 고객은 누구나 3년 동안 4회 이내로 엔진오일을 무상 교환받을 수 있다. 5년차엔 차체 부품 엔진 등에 대한 보증 수리를, 7년차까진 24시간 긴급출동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르노삼성 역시 일반 고객을 상대로한 오토 솔루션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특히 택시 출고 차량이 많은 특성을 고려해 성수 도봉 양평 인천의 서비스 사업소에는 기사들을 위한 수면실까지 운영하고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