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화가 10명이 ‘천재시인’의 작품 그림으로 형상화

입력 2012-09-02 18:22


올해 백석(본명 백기행·1912∼1991)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삶과 작품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술계에서도 그의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전시가 마련된다. 서울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관장 이혜선)에서 6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백석 탄생 100주년 문학그림 전-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유명 화가 10명의 작품 40여점이 선보인다.

백석은 1912년 7월 1일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다. 일본 아오야마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그는 1935년 ‘정주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백석은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자 일반 대중들의 사랑도 한 몸에 받고 있는 시인이다.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시는 평북 방언을 사용해 토속적인 풍물을 그려냄으로써 현대 시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산턱 원두막은 뷔였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중략)/ 헐리다 남은 성문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정주성’ 일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서정적인 운율로 표현한 그의 시는 이인 작가의 붓질에 의해 추상적인 이미지로 묘사됐다.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했던 백석은 자신의 심경을 시를 통해 드러냈다. 동심의 가족 그림을 그리는 김덕기는 ‘적막강산’ ‘황일(黃日)’ 등을 화면에 옮겼고, 한국화가 김선두는 ‘북관’ ‘산숙(山宿)’ 등을 붓질했다. ‘식물학’ 연작으로 유명한 황주리 작가는 ‘선우사’ ‘흰 바람벽이 있어’ 등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밖에 박영근 서용선 임만혁 전영근 등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상과 사랑의 시원을 찾는 끝없는 유랑에 나선 백석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통해 연인을 향한 마음을 담아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중략)/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이 시는 오원배 작가가 그림으로 옮겼다.

정인을 찾아 떠난 ‘통영’은 시인에게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정작 정인을 만나고선 쓸쓸히 돌아서야 했던 심정을 최석운 작가가 그림으로 그려냈다.

천재시인은 쓸쓸히 사라졌지만 백석이라는 시의 나무는 그림으로 되살아나 울창한 숲을 이룬다. 이번 전시는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2006년부터 마련해온 ‘문학그림 전’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공공건물에서 행사를 열었으나 올해는 인사동 상업화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시에 맞춰 백석의 시 85편과 화가들의 그림을 엮은 시그림집이 출간됐다.

전시 개막일인 6일 오후 4시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시와 그림, 노래가 만나는 특별 무대가 꾸며진다. 유종호 문학평론가가 백석 시 세계 해설을 하며, ‘백석 계보’를 잇는 안도현 시인과 문학그림 전에 참여한 황주리 작가가 시 낭독을 한다. 또 김현성 작곡가 겸 가수가 백석의 시를 노래로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02-733-486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