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범죄자 절반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서야

입력 2012-09-02 18:27

전남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충격으로 성범죄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흉포한 성범죄자를 사형시키거나 물리적으로 거세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법원이 성범죄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을 내렸기에 극단적인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는 것이다.

최근 열린 전국형사법관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심 선고 기준 성범죄자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무려 40.4%였다. 심지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경우 집행유예 비율은 48.1%였다. 피해자와 합의한 성범죄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비율은 89%에 달했다. 성범죄자의 절반이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이유로 죗값을 치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극악무도한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국민들은 범죄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됐다는 게 수치로 드러났다.

그러는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범죄가 계속 늘고 있다. 2007년 1만3000여건이었던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08년 1만5000여건, 지난해 1만9000여건으로 증가했다. 하루 평균 53건의 성범죄가 발생하고, 증가율은 살인·강도 사건보다 높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2007년 800여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000건을 넘었다.

2008년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성폭행했던 조두순은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죄질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여론이 들끓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동 대상 성폭행범은 기본 8∼12년, 가중처벌할 경우 11∼15년을 선고하도록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후에도 가중처벌은 고사하고 오히려 이런 저런 이유로 형량을 감경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폭행범의 평균 형량은 3∼5년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평균 형량이 10년5개월이다. 그나마 3∼5년을 선고받은 성폭행범의 50% 가까이가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최소한 양형기준에 따라 형의 집행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전자발찌를 훼손할 경우 법정 최고형은 징역 7년인데 지금까지 법원은 벌금형 위주로 선고했다. 가장 높은 형을 받은 사람이 징역 10개월에 불과했다.

물론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만이 대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사법부는 성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하다.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데 예방교육과 방범활동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제2의 나주 사건을 막고,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사회적 성범죄자를 법에 따라 엄하게 처벌하는 것부터 실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