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의욕으로 채워진 인생

입력 2012-09-02 17:38


학창시절 한 교수님이 크리스천에 대한 자신의 이미지를 말한 것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크리스천은 사람들과 어울릴 줄 모르고, 재미없고, 소심한 사람.’ 그분이 가진 크리스천의 이미지다. 물론 틀렸다. 어느 날 성경을 보면서 내가 그린 진정한 크리스천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게 허락된 하루에 대한 감사와 기대로 벌써 가슴이 설렌다.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게 주어진 하루를 보람으로 채울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삶에 대한 말릴 수 없는 의욕과 기대가 내 속에서 넘쳐난다.’ 그렇다. 이것이다.

나는 예수님의 산상설교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복이 있나니.” 바로 이 그림이다. 배고파 보았는가? 또 목말라 보았는가? 인간의 욕구 중에서 배고프고 목마른 것만큼 강렬한 욕구가 있을까? 그런데 예수님은 이 두 가지를 합쳐서 표현하셨다. 하나님 나라와 의를 향하여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 사람, 다시 말해서 말릴 수 없는 의욕과 욕구,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크리스천이라는 것이다.

시름시름 병중에 있던 사람이 건강을 회복한 첫 번째 신호가 무엇인가? 식욕이다. 먹고 싶은 욕구가 일어날 때 그는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님 백성이 영적 건강을 회복한 신호가 무엇인가? 의욕이다. 하나님과 삶을 향한 의욕과 기대다. 반대로 건강을 잃은 사람의 특징이 무엇인가? 영적 의욕과 기대가 없다. 무기력이다. 이것이 망하는 자들의 특징이다. 유다가 바벨론에 멸망하기 직전 그들의 특징은 무기력이었다.

몇 년 전 신문 기사에서 한 여인의 삶의 변신을 소개한 글을 보았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외제차에 명품으로 도배하며 살던 임모씨. 주 7일간 남자를 바꿔가면서 만나고 나이트클럽에서 죽치고 사는 인생, 일명 ‘나이트 죽순이’로 살던 여인. 극심한 허무함으로 우울증에 자살 시도까지 했던 여인. 그가 변화를 받고 난 뒤 노숙인 밥퍼 봉사로 나섰다. 신들린 듯 식판을 나르고 밥을 푸고 설거지를 하는 열정의 여인으로 변했다. 심지어 몸이 아파 누워 있을 때도 마음속에 일어나는 의욕 때문에 밥퍼 봉사장으로 향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봉사라는 말은 싫어요. 기쁨을 얻으러 가요. 그 뿌듯함은 말로 표현 못해요. 천만원을 벌었을 때 행복했느냐고 물으면 노(NO)예요.” 그의 말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의욕이 느껴졌다. 그리고 예수께서 그려주신 크리스천의 이미지와 자연스레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다.

무기력이란 크리스천과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 아침에 눈뜰 때 열려진 희망으로 가슴이 설레야 되지 않겠는가? 시원하고 푸른 가을을 맞이하기 전에 우울과 비관의 검은 커튼을 열어젖히자. 누군가 말했다. 크리스천은 아무리 망하고 실패해도 최소한 천국이라고!

<서울 내수동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