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미국이 필요한 것은 일자리”
입력 2012-09-01 01:02
“대의원 여러분, 미합중국 대통령 지명을 수락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와 동행합시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30일 밤(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지명을 수락했다.
이날 미 전역에 생중계된 롬니 후보 수락연설의 핵심어는 일자리였다. 그는 “지금은 ‘미국의 약속(promise of America)’을 복원해야 할 때”라면서 1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나라가 오늘날 필요로 하는 것은 복잡하거나 심오한 것이 아니다”면서 “지금 미국이 필요한 것은 일자리이고, 그것도 많은 일자리”라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2020년까지 에너지 완전 자립, 취업기술 교육, 새로운 무역협정 추진 및 불공정 무역 관행 대응, 일자리 창출 기업 장려 및 균형예산, 세금감면 등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 등 1200만개의 일자리 창출 공약을 위한 ‘5단계 계획’을 제시했다.
롬니는 이어 “지금은 역사의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실정과 외교 실패를 정면 비판했다. “미국인들은 ‘변화와 희망’을 믿었지만 남은 것은 리더십의 실패뿐”이라는 것이다.
외교정책과 관련해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 이상을 존중할 것”이라면서 “이는 트루먼, 레이건 전 대통령의 초당적인 외교정책 유산이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다시 한 번 이를 복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 대러시아 정책도 비난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유연성보다는 기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롬니는 첫 일정으로 31일 허리케인 아이작 피해를 당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전당대회에는 ‘황야의 무법자’로 유명한 영화배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깜짝 등장했다.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왼쪽에 놓인 빈 의자에 오바마 대통령이 앉아 있는 것으로 가정한 채 원고도 없이 1대 1 대화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빈 의자를 향해 빈정거리자 대회장은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대통령을 지나치게 희화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오바마를 겨냥해 변호사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했지만 정작 롬니도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란 점을 간과했다는 미 언론들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롬니 후보를 소개하는 연설자로 나선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진솔하면서도 강력한 연설로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쿠바 이민자의 아들인 그는 자신의 삶과 오바마의 정책 실패를 오버랩시키며 ‘분노’보다는 ‘슬픔’의 메시지를 통해 청중의 마음을 흔들었다. “문제는 오바마가 나쁜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그가 나쁜 대통령이라는 점”이라는 대목에선 큰 박수가 쏟아졌다.
탬파(미 플로리다주)=배병우 특파원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