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승자가 백악관 주인된다”

입력 2012-08-31 19:19

‘플로리다에서 이기는 쪽이 대통령이 된다.’

미국의 많은 선거전문가들이 하는 말이다. 일찍부터 경합주로 꼽혀 왔지만 대선일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29명의 대통령 선거인단이 배정된 플로리다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플로리다 선거인단은 캘리포니아(55명)와 텍사스(38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텍사스는 공화당이 승리할 게 거의 확실해 초박빙인 이번 대선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전체 588명 중 237명의 선거인단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플로리다주를 가져가면 작은 경합주 1곳에서만 더 이겨도 승리가 확정된다. 하지만 여기서 질 경우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30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민들 반응을 보면 투표 당일까지 양당 대선캠프가 가슴 졸일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이 강하게 느껴졌다.

“롬니에게 투표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4년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특히 일자리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

전당대회장 인근 셰러턴 호텔의 식음료부문 매니저 마크 위테크(52)는 플로리다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라며 결국 밋 롬니 후보가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4년 전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위테크는 지난 1월 플로리다주 예비경선 기간에 롬니를 직접 만났는데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위테크는 백인이다.

반면 히스패닉인 식당 종업원 로저스 앰버(51·여)는 이번 경제위기는 누구도 쉽게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오바마는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플로리다주의 부유한 노인들은 롬니를, 히스패닉과 흑인들 대부분은 오바마 대통령을 찍을 것이라면서도 최근에는 롬니 후보가 더 유리해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흑인인 도머닉 스미스(25)는 다음 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지켜본 뒤 지지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잘한 점으로 빈라덴 사살 등 외교·안보 분야를, 약한 점으로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경제회복 부진을 꼽았다. 작은 모텔의 매니저로 일한다는 히스패닉 바네사 패네헤라(33·여)는 “공화당이 왜 백인 정당인지 이번 전당대회만 봐도 알 수 있다”면서 “그들이 하는 소리도 한결같이 똑같다”고 말했다.

오바마 지지자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의 말에서 불법이민 단속을 강화하고 소수계와 노년층 복지에 인색한 공화당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느껴졌다.

탬파(플로리다주)=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