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외교전쟁 남태평양 확산

입력 2012-08-31 19:12

남중국해에 이어 남태평양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미국과 중국의 ‘외교 전쟁’이 남태평양으로 옮겨왔다”고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태평양제도포럼(PIF) 참석차 30일 워싱턴에서 쿡제도로 출발했다. 클린턴의 움직임에 인구 1만명의 섬나라가 덩달아 국제 외교의 각축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클린턴의 포럼 참석이 중국 견제 목적이라는 데는 전문가들도 별다른 이의가 없다. 호주 국제문제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의 퍼거스 핸슨 박사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은 이 지역 외교에 점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린턴 스스로 지난해 상원에서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미 고위인사가 이 쿡제도를 방문하는 일 자체가 처음이다. 포럼 참석 뒤 클린턴은 중국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아시아 각국을 순방할 예정이다.

미국의 외교가 활발할수록 클린턴도 ‘국가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치열한 선거운동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기 힘든 형편이기도 하다. 로이터통신은 “클린턴이 1968년 이후 처음으로 전당대회에 불참했지만 이는 예견됐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클린턴은 8∼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도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다. FT는 “이미 클린턴은 역대 어느 국무장관보다도 높은 비행기록을 쌓았다”고 전했다.

중국의 행보도 클린턴 못지않다. PIF에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참석하고,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은 29일부터 스리랑카 인도 라오스를 순방하고 있다. 로위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05년 이 지역에 23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매년 2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현재로선 사모아 투일라에파 사일렐레 총리가 호주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싸우거나 싸웠던 지역에만 관심이 있다”고 할 정도로 중국이 우세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