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 재회시켜 드립니다”?… 연애조작단 무조건 믿다간 큰 코

입력 2012-08-31 19:03


이모(32·회사원)씨는 결혼을 전제로 4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지난해 11월 헤어졌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헤어진 애인 마음 돌리는 법’을 검색하던 이씨는 우연히 Q재회컨설팅 업체를 발견했다.

홈페이지 화면의 ‘헤어진 연인과 재회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이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게시판에 상담요청 후 ‘재회 상담사’에게 전화 상담을 받았다. 한번 상담료는 10만원.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씨는 절박했다.

재회 상담사는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이벤트를 제안했다. 이씨는 “기획팀 등이 꾸려져 헤어진 여자친구의 성향과 헤어졌던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재회를 도와주겠다고 해 솔깃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업체에서 요구하는 대로 전 여자친구의 주소와 동선, 차량번호,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제공했다. 업체 요원들은 지난 3월 이씨의 전 여자친구를 따라다니며 뒷조사를 했다.

이씨는 한달 후 전 여자친구와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업체에서 제작한 이벤트 동영상도 틀고 편지도 읽었다. 하지만 전 여자친구는 오히려 자신의 신상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알고 몹시 불쾌하다며 떠나버렸다. 이씨는 미리 낸 300만원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업체는 불가능하다고 버텼다.

인터넷상에는 이와 유사한 업체가 10여곳 넘게 영업 중이다. 재회 상담을 요구하는 글도 하루에 5∼6건에서 많게는 수십건씩 올라온다. D업체에 올라온 상담 요청은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총 3000건이 넘었다. 그러나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처럼 해피엔딩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R재회컨설팅 업체에 이벤트를 의뢰했던 김모(34)씨는 “몇백만원씩 하는 가격에 비해 CD 제작이나 인형탈을 쓰고 편지를 읽어주는 등 이벤트가 매우 부실해 아까운 돈과 시간만 투자했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상대방이 모르는 상태에서 주민번호나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및 범죄 발생 위험이 있다”며 “만약 상대방이 경찰에 고발하면 작성한 계약서는 특별한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