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마니아 스타일] 대선판 흔드는 팬클럽의 힘!

입력 2012-08-31 15:54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탄생한 배경에는 ‘오바마니아(Obamania)’들이 있었다. 오바마(Obama)와 마니아(Mania)의 합성어인 오바마니아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기부금 모금에 앞장서고 각종 자원봉사로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들었다. 12월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도 여야 유력 후보의 팬클럽마다 한국판 오바마니아를 자처하며 후보들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대표적 지지 단체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다. 2004년 3월 인터넷 카페로 시작해 현재 6만8000여명의 온라인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박사모는 지난달 “오마이뉴스는 노무현 대통령을, 조·중·동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언론”이라며 ‘바른뉴스’라는 인터넷 언론사까지 설립했다. 정치적 사안에 지나치게 목소리를 내면서 자발적 지지 세력을 넘어 정치세력화 됐다는 비판도 함께 듣는다.

이 밖에도 8만여명의 온라인 회원을 가진 ‘호박(好朴)가족’, 각각 회원 1만여명 규모의 ‘근혜사랑’과 ‘근혜동산’ 등이 있다. 각종 산악회 등의 단체를 합하면 박 후보 팬클럽 회원 규모는 20만∼30만명 정도라고 한다. 대형 팬클럽 회장단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임도 갖는다. 박사모와 달리 정치 활동으로 비치는 것을 꺼리는 단체도 있다. 호박가족 임산 대표는 “정치 색깔은 최대한 빼고 축구 동호회 활동을 한다든지 김장 담그기 행사를 주최한다든지 해서 자연스럽게 박 후보를 알리고 있다”고 했다.

역대 대선후보 지지모임 중 오바마니아 현상과 가장 흡사한 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였다. 자생적으로 등장해 선거판을 뒤흔들 만큼 위력을 발휘하며 노 전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지금도 야권 정치 지형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갖고 있다. 노사모 열풍을 만들었던 진보 계열 정치 마니아들이 이번 대선에 어떻게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아직 출마선언도 하지 않았지만 지지모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등장한 자발적 모임으로는 ‘철수처럼’,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외곽조직 ‘길벗산악회’가 발전한 ‘철수산악회’, 고(故)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박사가 참여하는 ‘CSKorea재단’ 등이 대표적이다. 전체 회원 규모는 2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제2의 노사모로 불리는 ‘문친’(문재인과 친구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문 고문 캠프의 백원우 전 의원이 멘토다. 문사모, 젠틀재인과 대학생 모임 ‘문워크’, 온·오프라인 팬클럽 ‘문풍지대’도 있다. 이들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모바일투표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첫 순회경선지인 제주에서 문 고문이 현역의원 한 명 없이 압승한 배경에는 이들의 역할이 있었다. 회원이 20만명이나 되는 진보 성향의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는 문 고문 지지 여부를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 팬클럽은 20∼30대로 구성된 청년멘토단 ‘내여친(내일을 여는 친구들)’이 대표적이다. 학규마을, 손사랑, 자유광장, 민심산악회도 손 고문을 지원하는 모임이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모다함’(모두다함께)과 김태랑 전 국회사무총장이 대표인 ‘생활정치포럼’ 등이 있다. 신경림 시인이 대표 제안자로 나선 ‘희망네트워크-피어라 들꽃’도 활동 중이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정평’(정세균의 사랑과 평화), ‘도와줘요 세균맨’ 등이 있다.

김현길 엄기영 유성열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