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전쟁’ 애플, 구글엔 화해?
입력 2012-08-31 18:53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이 뒤로는 구글과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 양사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과 래리 페이지가 지난달 24일 삼성전자-애플 평결 이전에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31일 다시 대화를 갖기로 했으나 일단 연기했고, 추후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양사의 고위임원과 실무자 간 대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과 구글의 심상찮은 움직임은 또 있다.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지난달 27일 독일에서 애플에 로열티를 받는 대가로 애플과 표준특허 라이선스 계약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특허소송을 벌이던 양사의 이례적인 전격 합의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 왕따설’ ‘구글의 배신’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운영체제(OS)를 채택한 안드로이드폰 진영 1위 업체인 만큼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이 사실상 애플과 구글의 대리전이라는 해석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애플과 구글이 타협해 결국 자국 기업끼리 잇속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아직 양사가 화해무드로 전환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모토로라가 지난달 17일 애플의 음성명령기능 ‘시리’ 등이 자사 특허 7개를 침해했다고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는 등 여전히 양사는 서로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실제로 애플과 구글의 대타협이 이뤄진다 해도 삼성에 부정적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외신들은 양사 CEO의 대화 주제가 갤럭시 넥서스 문제를 다루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2차 소송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합의가 이뤄지면 삼성으로서는 갤럭시 넥서스와 관련된 소송의 부담을 덜 수 있고, 애플 측에서도 안드로이드 진영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제기하던 소송을 자제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한 삼성의 입장은 지난달 29일 독일에서 공개한 ‘아티브’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8을 탑재한 아티브를 주력 상품군으로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구글 의존도를 줄이고, 언제 변심할지 모르는 구글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