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옹호’ 논란이 내홍으로… 박근혜 대통합 행보 위기

입력 2012-08-31 22:03

새누리당이 홍사덕 전 의원의 ‘유신 옹호’ 발언으로 내홍에 휩싸였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 역시 최대 약점인 과거사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순항해온 국민대통합 행보가 위기를 맞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는 3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홍 전 의원 발언에 대해 “헌법적 가치를 수출을 위해 부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개헌하면서 부적절한 절차가 있었기 때문에 수출 같은 경제 어젠다(의제)로 (유신을) 옹호하는 것은 와 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선기획단 정치쇄신특위 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유신 때 긴급조치를 통해 많은 사람이 인권 침해를 당했는데 홍 전 의원이 유신을 그렇게 말한 것은 엉뚱한 발언이고 실언 중에서도 심한 실언”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한 방송에 나가 “그런 식으로 유신을 얘기하면 일반 국민이 납득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당내에서는 박 후보가 5·16 군사쿠데타, 유신헌법,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박 후보가) 역사관에 대한 인식을 밝히는 것과 더불어 본인 어젠다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해진 의원도 “박 후보가 당당하게 국민 눈높이에서 역사적 논란을 정리해야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 후보의 입장표명 시기도 앞당겨 이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초 박 후보 주변에서는 ‘역사인식’ 논란에 대한 전향적 입장표명 시기로 야당의 후보 선출 이후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합동 연찬회에서 동화에 나오는 희망의 상징 ‘파랑새’를 예로 들며 “안거낙업(安居樂業·편안히 살고 즐겁게 일한다)의 나라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남 나주 초등생 납치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경악할 만한 소식을 들었다”며 “국민 모두가 안전하게 살도록 만드는 게 우리가 할 일이고 그런 나라를 이루는 게 우리의 꿈”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으며, 점심때는 테이블을 돌며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커피를 따라주는 등 의원들과의 스킨십에 공을 들였다. 행사에는 의원 및 당협위원장 265명 중 239명이 참석해 87%를 넘는 참가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대표적인 비박(非朴·비박근혜) 인사인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불참해 당 화합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다. 두 사람은 전날 박 후보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의 ‘유신 옹호’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재중 김현길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