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마니아 스타일] 얼리어답터? 블랙컨슈머? 그 두얼굴

입력 2012-08-31 18:27

마니아는 기업 입장에서 적극적 소비자인 동시에 무서운 상대방이다. 남들보다 먼저 새 제품을 써보는 ‘얼리어답터’로서 인터넷을 통해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며 제품과 서비스를 품평한다.

소비자들로부터의 피드백이 강조되는 요즘, 마니아는 끊임없이 다른 용어로 변주되고 있다. 신제품을 미리 써보고 그 품평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소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집단을 뜻하는 ‘리뷰슈머(review+consumer)’, 상품에 대한 준전문가급 지식을 갖추고 정보를 제공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리서슈머(research+consumer)’도 등장했다. 기업들은 이런 마니아들을 어떻게든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마케팅 효과를 보려고 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SNS 채널을 통해 림(RIM)의 스마트폰 ‘블랙베리’ 마니아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국내에 처음으로 블랙베리 A/S센터가 개설됐다.

마니아들의 의견 수렴을 공식화하기 위한 방편이 체험단 모집이다.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최근 LTE 음성통화 VoLTE 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모두 서비스 체험단을 모집했다. 데이터음성통화 서비스 품질에 대한 사전 평가를 받아 광고 등에 활용했다.

기업이 돈 드는 일을 순전히 고객 만족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니아들을 홀대했다가 뼈아픈 실패를 맛보았던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나서는 거다. 니콘은 지난해 10월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 1 J1’을 출시했다. 당시 마니아 카페를 중심으로 경쟁사보다 낮은 사양의 기능들에 대한 항의가 쏟아졌다. 이를 교훈 삼아 니콘은 올해 DSLR 카메라 수준의 화상 처리 기능을 갖춘 J2를 다음달 출시할 계획이다. 또 제품 색상별 J2 체험단도 모집해 출시 전 소비자 반응을 살펴볼 예정이다.

또 마니아들의 집착이 심해지다 보면 ‘∼빠’(무조건 옹호), ‘∼까’(무조건 비판)로 전락하고 만다. IT 전문 사이트에는 ‘아이폰빠’이자 ‘갤럭시까’인 마니아와 ‘갤럭시빠’이자 ‘아이폰까’인 집단이 매일 혈투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난무하고 가끔 신제품 보안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출시 전 루머로 인한 피해를 산술적으로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기대심리를 낮추는 악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홍해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