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이지현] 미움은 굶주린 사랑

입력 2012-08-31 18:07
미움은 굶주린 사랑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외면당하거나 무시당할 때 가슴 속 깊은 곳에 미운 감정이 끓어오른다. 이 감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덩이처럼 커져 이성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최근 사회 일각에서 일어나는 흉기난동 사건들도 ‘사회적 외톨이들’이 한계 상황 속에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사회적 외톨이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 인정받지 못할 때 쉽게 분노하게 된다.

그러나 분노조절을 못하면 자칫 범죄나 마음의 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분노조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분노조절을 하려면 평소 내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야 자신의 깊은 갈망과 진심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왜 분노를 자주 하는가, 이런 이유로 분노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를 생각하며 마음을 넓혀야 한다. 또 ‘그 사람은 저럴 수도 있지, 또 이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능력을 키워야 한다. 간혹 사람들은 그리스도인들이 격한 감정을 보이면 믿음 없는 사람으로 간주한다. 역경과 고통 앞에서 초연하고 꿋꿋하게 행동하는 사람만을 믿음이 깊고 헌신적인 신앙인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그리스도인들도 분노하고 슬퍼하고 좌절한다. 단지 비 신앙인과 다른 점은 ‘하나님이 주시는 이 고통의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며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려고 한다. 감정을 통해 내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감정과 씨름하면서 어떤 욕구가 자신을 지배하는지 알 수 있다. 분노라는 감정이 제기하는 의문은 ‘하나님은 과연 공평하신가?’이며 두려움이란 감정이 제기하는 의문은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지 않으시면 어떻게 하지’이다. 나의 감정을 잘 알고 하나님께 아뢸 때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한복음 14:27)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