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 칼럼] 한국교회 우선 과제-다음세대에 신앙유산 남기기
입력 2012-08-31 18:08
우리시대 한국교회에 던져진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기성세대에게는 더욱 복음적인 신앙을 세우는 것이며, 그러한 복음적 신앙을 다음세대에게 성공적으로 계승하는 데 있다. 즉, 믿음의 전통을 세우고 신앙의 유산을 남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별히 다음세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일은 책임 있고 지속적인 신앙교육을 통해 이루어지는 역사적인 과제이다.
다음세대를 위한 신앙교육은, 세대가 바뀌어도 ‘불변하는 복음’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변화하는 문화’의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을 동반할 때 성공적으로 수행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기성세대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다음 세대가 가진 문화적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다음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소비문화를 이해해야 세대간 소통과 공감의 길이 열린다.
우리 시대 포스트모더니즘은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별히 다음세대의 사고방식과 삶의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제시하는 통찰을 적극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획일적인 권위를 거부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역설하면서 그동안 주류를 차지하던 이성중심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한 부분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접근방식을 포기하고 너무 성급하게 근대주의적 방식으로 반응하게 될 때 포스트모던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다음세대들의 저항을 유발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독공동체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발굴한 중요한 가치들, 예를 들면 주류적 이야기가 아닌 비주류적 존재들의 이야기에 대한 가치부여에도 공감할 수 있다. 또한 푸코 등이 말하는 현실담론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들이 성경과 교회공동체의 ‘작은 자들’에 대한 관심과 상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가치를 실천하며 사회와 소통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포스트모던세대들의 특성에 맞는 방식, 즉 그람시의 주장대로 억압이 아닌 ‘동의’에 의한 접근방식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못지않게 현대문화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소비문화이다. 소비문화는 모든 것을 상품화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데, 종교마저 예외가 아닐 정도이다. 우리는 지나친 물질주의와 영지주의를 동시에 경계하면서, 하나님 중심적인 물질관에 기초한 신앙적 소비문화를 다음세대들에게 교육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공동체는 물질에 의해 자기정체성이 결정되는 소비적 자아주의를 비판하고 하나님과의 관계성 속에서 자아를 확인하는 신앙적 자기 정체성 확립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현대소비문화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대안적 소비양태(공정무역 제품 소비, 윤리적 소비)를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의식적으로 비판적인 프로슈머(prosumer)의 역할을 다음세대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교회전통을 확립시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다음세대들에게 가치 지향적 소비를 지향하는 ‘선한 욕망’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미래세대와 더불어 친환경문화와 이웃 사랑 문화 조성을 위한 실천과 대화를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세대에게 신앙전승하기: 문화적 접근을 요구한다!
교육은 기성세대가 바람직하다고 확신하는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려는 노력이다. 특별히 기독교 신앙교육은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를 증거하는 삶을 구현함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다음세대를 위한 신앙전승은 하나님 나라의 내용을 구성하는 하나님 나라의 문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 문화형성은 곧 이 세상문화에 대한 변혁작업을 전제로 하며, 그러한 변혁작업은 먼저 문화에 대한 이해와 복음적 해석과 비판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복음에 대한 확신, 열정과 함께 다음세대의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복음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수용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장신대 교수·문화선교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