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마니아 스타일] 우리들이 미쳤다고요?… 위험천만! 암벽 등반·스킨스쿠버

입력 2012-08-31 18:38


“아들아, 제발 부탁이니 다른 취미를 가져봐라. 네가 위험한 암벽을 타다가 사고라도 날까 너무 걱정된다.”

3년 전 돌아가신 김은성(58)씨의 어머니는 늘 아들의 취미가 불만이었다. 매일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왜 사서 위험한 일을 하느냐”라며 타일러도 보고 꾸짖어도 봤지만 산에 대한 김씨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8년째 바위에 미쳐 사는 김씨는 “높은 곳에서 바위를 잡았을 때 그 느낌을 잊지 못해 가족들의 만류에도 포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90도 경사의 높은 절벽에서 줄 하나에 몸을 지탱하며 바위를 탄다는 건 극한적인 정신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산에 있는 바위는 그에게 둘도 없는 친구처럼 산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돼주지만 때로는 목숨을 앗아가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2년 전 그날도 산은 동료를 앗아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함께 바위를 타던 송종선씨는 바위를 타고 내려오던 중 지상 30m를 남겨두고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동료를 잃었다는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1주일 뒤 김씨는 또다시 산으로 향했다. 하늘에 있는 동료에게 바위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를 애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9년 5월에는 김씨가 큰 부상을 당했다. 인수봉에 올랐다가 하강하던 중 사고로 오른쪽 발목이 부러져 전치 6개월의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추락하면서 바위에 부딪혀 주먹 크기의 오른쪽 허벅지 살점이 찢기기도 했다. 김씨는 떨어지는 순간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1년 동안 재활훈련을 한 뒤 다시 산에 올랐다. 김씨의 머릿속엔 두려움보다는 다시 산을 탈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이런 그를 보며 위험하다고 반대했던 아내도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그는 “위험한 취미 때문에 가끔 내가 무책임한 가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내 인생인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게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의 한 파출소 소장으로 근무하는 김씨는 정년퇴직을 2년 남겨두고 있다. 그의 꿈은 바위를 타다가 산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 늘 아찔한 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지만 발길이 산으로 가는 건 왜일까. 그는 “불확실한 인생에서 도전해 보지 않으면 그것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모르는 것처럼 암벽도 마찬가지”라며 “어떤 홀드(바위)를 잡았을 때 균형을 유지하면 ‘해냈구나’ 하는 성취감이 든다”고 말했다.

13년째 스킨스쿠버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영대(57)씨는 산소통 하나에 몸을 맡긴 채 한 달에 한 번은 꼭 바닷속에 빠져든다. TV에서 스킨스쿠버 장면을 본 뒤 본격적인 취미로 시작하게 된 송씨는 일 년에 한 번은 꼭 유명한 해외 스킨스쿠버 여행지를 돌아다닌다.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바닷속 풍경은 마치 신화에 등장하는 장면 같았고 송씨의 머릿속엔 일 년 동안 그 광경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바다지만 예상치 못한 위험도 곳곳에 존재한다. 실제로 송씨의 동료는 바닷속에서 마주친 문어가 얼굴에 달라붙어 사망하기도 했다. 또 바다의 상황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조류에 휩쓸려 화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바다를 찾는다는 송씨는 “바다는 시시각각 표정이 바뀌기 때문에 내가 보는 장면이 나만의 것일 때가 많다”며 “아무도 보지 못한 나만의 장면이 추억 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경험은 직접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와 함께 바다의 매력에 빠져 있는 동호회 회원은 약 30여명. 매달 이들은 ‘나만의 바다’를 찾기 위해 동해와 남해를 누빈다. ‘바다에 미친 사람’이라는 주변의 걱정을 뒤로한 채 휴대전화, 컴퓨터도 켜지지 않는 그들만의 공간에서 세상 사는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린다. “위험해도 좋다”고 말하는 이들의 인생에서 취미는 최고의 가치가 됐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