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마니아 스타일] 전문가가 본 그들… 극한의 도전 몰입의 자아실현

입력 2012-08-31 18:37


생명을 걸고 암벽을 오르고 바닷속을 탐험하는 마니아. 그들이 삶을 담보로 극한의 도전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김재휘 교수는 이들의 도전을 ‘자아실현’으로 표현한다. 심리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피라미드형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의 맨 밑바닥에는 의식주와 성욕이 포함된 생리적 욕구가 있고, 그 위에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안전 욕구, 관계와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애정 욕구, 존경받고자 하는 욕구 등이 층층이 존재한다. 그리고 가장 꼭대기에는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하는 자아실현 욕구가 존재한다.

김 교수는 “욕구의 최종 단계인 자아실현을 위해 극한에 도전하는 행태가 있다”며 “하위 욕구들이 채워지지 않은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서 이러한 마니아적 성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행글라이딩을 하고 클라이밍을 즐기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도전과 성취를 할 때 얻는 즐거움,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간다는 기쁨이 그들을 마니아의 세계로 이끈다는 것. 도전에 뒤따르는 위험은 크지만 그보다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인간은 극한에 몰입하게 된다.

김 교수는 ‘자아실현’을 정확히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어떤 것에 집중적으로 몰입할 때, 쾌락을 느낄 때, 시공간을 잊고 행복감을 느낄 때에도 자아실현이라고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러한 극한의 스포츠뿐 아니라 주기적인 봉사활동과 취미생활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도 자아가 실현됨을 느낀다. 공통적인 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뻐할 때 인간은 더 확실히 자아실현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니아들은 함께 자아를 실현할 그룹을 생성하게 되고 그 안에서 관계와 소속감을 느끼며 계속적으로 자아실현을 추구한다. 생성된 그룹에서는 ‘소속감’이라는 애정 욕구도 함께 충족된다.

김 교수는 “인간은 안정적인 환경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부하고 고요한 것을 싫어한다”면서 “사회에서 추구하는 자극의 정도와 개인이 추구하는 자극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마니아적 성향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