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독도와 국제사법재판소
입력 2012-08-30 19:33
국제분쟁의 법적 해결이 주 임무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946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발족됐다. 재판관은 15명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석과 아시아 2석, 아프리카 3석, 중남미 2석, 유럽 및 기타 3석 등으로 모두 국적이 다르다. 임기는 9년이며, 유엔 총회와 안보리에서 선출된다. 현재 소장은 슬로바키아의 페테르 톰카, 부소장은 멕시코의 베르나르도 세풀베라 아모르다. 일본의 오와다 히사시가 전임 소장이다.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아직 재판관을 내지 못하고 있다.
ICJ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판결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국이 유엔 안보리에 제소하고, 안보리는 판결 집행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분쟁 당사국 국적의 재판관이라도 특별한 기피 사유가 없는 한 재판에 참여할 수 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며 ICJ 법정으로 가져가려는 의도가 여기에 있다. 일본 재판관은 있는데, 우리나라 재판관은 없어 유리한 판결을 얻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다 재판에서 지더라도 어차피 독도는 자기네 땅이 아니니까 잃을 게 없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시쳇말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이는 독도 문제와 대조적으로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이나, 러시아와의 쿠릴 열도 4개 섬 갈등에 대해 일본이 ICJ를 거론조차 하지 않는 것과도 연관돼 있다. ICJ에 중국의 쉐한친, 러시아의 레오니드 스코트니코프가 재판관으로 있어 ICJ에 제소해봤자 아무런 득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참으로 치졸한 꼼수다.
유엔 산하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권오곤 재판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유엔 재정 기여도를 생각하면 ICTY 직원 1000명 중 적어도 6명은 한국인이어야 하는데 현재 1명뿐이다. 아쉬움이 크다. 국제법이 국내법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감안하면 법조계의 세계화가 시급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경우 애국지사 송진우 선생의 장손인 송상현씨가 재판소장이다.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는 백진현 서울대 교수가 재판관으로 있으며, 크메르루주전범재판소(ECCC)에는 정창호 재판관이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ICJ 재판관을 배출해야 할 때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독도 문제만 나오면 호들갑 떠는 일본의 못된 버릇도 고쳐지지 않을까.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