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국내 동원’ 피해 보상 사각지대… 형평성 논란

입력 2012-08-30 18:54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돼 한반도 내에서 군수물자 생산과 인프라 건설에 투입됐던 피해자들에 대해 법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과거사는 일본군 위안부, 원폭 피해, 국외 강제동원, 국내 강제동원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위안부와 원폭 및 국외 동원 피해자는 특별법 등으로 우리 정부의 보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만 유일하게 제외돼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동원 피해자들은 일제 강점기 한반도의 7000여개 광산과 군수공장, 발전소 공사장 등에서 강제노동을 했다. 일본 정부뿐 아니라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戰犯) 기업들이 이들을 착취했다. 피해자 규모는 국무총리실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가 2004년부터 조사해 확인한 것만 2만5147명(사망자 포함)이다. 한 사람이 여러 번 동원된 경우가 많아 위원회는 전체 규모를 연인원 64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도외 동원자(자신이 거주하는 도를 벗어나 강제동원 된 사람)는 80여만명이며, 그 가운데 901명이 굶주림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11일 이들에 대한 보상 규정을 담은 ‘일제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와 유해봉원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명수 의원 등이 발의해 놓은 상태지만 정부는 재원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밝힌 국내 동원 지원금 추정액은 316억원이다.

이에 65년 일본과의 청구권 협정 협상 당시 우리 정부가 먼저 국내 동원을 ‘피해 지원자’ 범주에서 빼자고 제안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원회가 공개한 61년 12월 15일 관련 회의록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 측에 “조선에서 징용된 자를 (피해 보상 대상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제안했다. 국내 동원 피해자가 많지 않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였다.

위원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04년부터 위원회가 국내 동원 피해자도 일제 강점기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는데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자 피해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300억원이 없어 지원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위원회가 인정한 2만5000여명의 피해자에 대해 객관적 입증이 힘든 상황”이라며 “위원회 결정을 정부 결정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