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朴 공개비판… 당내 화합 빨간불

입력 2012-08-30 18:50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행보를 향해 비박(非朴·비박근혜) 진영에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전태일재단 방문 무산으로 국민대통합 행보에 급제동이 걸린 데 이어 당내 화합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30일 트위터에 “10월 유신이 경제 발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에 실망한다”며 “유신의 논리란 먹고 사는 것은 권력이 해결해줄 테니 정치는 필요없다는 것으로 이는 국민을 행복한 돼지로 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박 후보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던 홍사덕 전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1972년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 연장보다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한 것을 정면으로 문제삼은 것이다.

친이명박계 이재오 의원도 트위터에 “내가 찾아가고 손 내밀면 화해와 통합이 될 거라는 생각은 지극히 오만한 독재적 발상”이라며 “나라를 구하는 일은 자기를 버리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전태일재단 방문 무산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29일 트위터에서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추진과 관련, “선거를 앞두고 대중 인기에 영합해서 헌법 정신을 왜곡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 전체를 불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공개적인 비판 목소리에 박 후보와 이들의 화합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후보는 지난 24일 김문수 경기지사 등 경선에 참여한 비박 주자들과 만났으나 이 의원, 정 전 대표와는 아직 회동하지 못했다. 박 후보 측이 지난 27일 이 의원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는 이 의원이 친이계 낙천 파동과 경선 룰 논란을 거치면서 쌓인 앙금을 풀어내기 위해선 ‘힐링타임’이 좀더 필요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다만 양쪽 모두 화합이 무산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향후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의원의 핵심 측근은 “대통합 행보와 경제민주화 추진이 정권재창출을 위한 중요한 전략인데 당내 논의 없이 추진되면서 문제가 생기니 지적을 한 것일 뿐”이라며 “이 의원은 비주류 원로로서 자신의 방식대로 정권재창출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도 이날 기자들이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피하며 대응하지 않았다. 박 후보 측 서용교 공보위원은 “그분들과 역사 인식을 100% 맞출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미래를 보고 정치적 통합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로서는 당내 비박 인사들을 끌어안지 못하면서 국민 대화합을 외치는 게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편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홍 전 의원 발언에 대해 “유신 쿠데타가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한 것이었으면 현영희, 현기환의 공천 장사는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말이냐”며 “홍 전 의원은 궤변의 달인”이라고 비판했다. 김현 대변인도 “일제의 식민지배 합리화 궤변과 동일한 논리로 유신을 정당화했다”고 가세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