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숙, 공천금품 시인… 親盧 인사로 불똥?

입력 2012-08-30 23:16


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30일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51·여)씨로부터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가 사업에 대한 투자를 받은 것이라고 하면서도, 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검찰 체포 초기 “투자 목적으로 자금을 받고 계약서까지 썼다”며 공천 청탁 대가를 부인해왔다. 돈을 건넨 서울 구청 산하 기관장 이모씨, 부산지역 사업가 정모씨, H세무법인 대표 이모씨도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위해 10억~18억원씩을 건넸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등은 공천에 실패하면 양씨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으나 반환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등은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확정 발표 전날인 지난 3월 19일 박지원(사진) 원내대표와 공천 탈락 여부를 확인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원내대표가 이씨 등의 공천신청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와 관련한 논의가 사전에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 ‘이들과 접촉했지만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해 왔다.

검찰은 계좌추적과 함께 양씨의 PC와 노트북, 외장하드 등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으며 양씨와 박 원내대표, 공천희망자 3인과 박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통화·문자메시지 내역을 확보해 내용을 확인 중이다. 다만 검찰은 양씨가 이씨 등으로부터 돈을 받으면서도 “박 원내대표에게 전달하겠다”는 식의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양씨가 이씨 등으로부터 받은 32억8000만원이 ‘라디오21’의 운영법인인 ‘문화네트워크’ 명의의 서울 새마을금고 등 5개 계좌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용처를 추적 중이다. 검찰은 자금 흐름과 관련, 29일 이모 교수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 흐름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전국 각지 은행으로 송금된 내역으로, 탑차 사업자 등 양씨의 사업과 관련된 자금흐름이다. 두 번째는 추적이 어려운 현금 인출 내역이다.

검찰이 유심히 살펴보는 내역은 일부 친노 인사 등의 실명과 민주당 관련 수취인 명의 10여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가 지난해 말 정치권 여러 친노 인사에게 자기 사업에 투자하면 공천을 받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검찰 수사가 민주당 내 친노 인사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주화 전웅빈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