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역전’… 대형아파트의 굴욕
입력 2012-08-30 18:48
수도권 신도시에서 대형아파트가 평형이 작은 아파트보다 더 싸게 거래되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A아파트 18층 153㎡(이하 전용면적)가 지난 6월 8억6208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같은 단지, 같은 층 168㎡는 같은 달 3500만원가량 싼 8억2732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10억원대에 매매가 이뤄졌던 평형이지만 요즘 들어 거래가 잘 안 돼 같은 층의 작은 평형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는 굴욕을 당한 셈이다.
이뿐이 아니다. 용인시 기흥구 D아파트에서는 지난 6월 150㎡(22층)가 5억8000만원에 팔렸지만 같은 달 181㎡(16층)는 5억2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4월 분당신도시 S아파트 133㎡(6층)는 8억9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같은 단지의 172㎡(15층)는 이보다 5000만원 이상 낮은 8억4000만원에 팔렸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2007년 무렵 무더기로 분양됐던 대형 아파트의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진 중대형의 가격 거품이 더 급격하게 빠지면서 신도시 지역 아파트 가격 역전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평형이 클수록 관리비가 많이 드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 이영호 소장은 “불황기에 수요자들이 굳이 비싼 관리비를 지불하면서까지 넓은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으려고 하지 않아 50평형 이상의 대형 아파트 값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 거래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전세 실거래가를 보면 용인시 기흥구 D아파트는 121㎡(18층)가 2억원에, 123㎡(8층)가 1억7000만원에, 150㎡(8층)가 1억6000만원에 각각 계약됐다. 인근 Y아파트도 지난달 중형 면적인 85㎡(6층)가 1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된 반면 135㎡(19층) 전셋값은 1억5500만원에 그쳤다. 분당신도시 P아파트 역시 최근 131㎡(19층)가 3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64㎡(17층)는 3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