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공방 몰두 혁신 열정 사라져”… 美, 커지는 ‘애플 비판’

입력 2012-08-30 18:47

“Stop it, Apple. Go back to the days when you built things….(멈춰요 애플, 창조하던 때로 돌아가세요)”

삼성전자와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완승, 10억50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의 배상금을 벌어들이게 된 애플에 대한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미 경제잡지 포브스는 29일(현지시간) 애플에 보내는 서한 형식의 칼럼에서 “애플은 나무 때문에 숲을 놓치고 있다”고 적었다.

포브스는 “법적 공방에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하면 혁신에 대한 열정이 줄어들 것”이라며 “극한 개혁의 때로 돌아가고 삼성보다 빨리 움직여라”고 말했다. “소송과 특허 전쟁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리는 다른 회사를 보라. 그들은 (멸종을 앞둔) 공룡”이라는 게 포브스의 조언. 투자전문가 니감 아로라도 포브스에 “애플이 삼성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고했다. 소송 승리 이후 가처분 신청 등 후속조치에 나선 애플에 우려를 전한 것이다.

애플·삼성 소송에서 배심원장을 맡았던 벨빈 호건(67)에 대한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미국의 IT전문 블로그 ‘안드로이드피트’에 따르면 호건은 ‘비디오 정보 저장과 기록에 대한 방법 및 장치’라는 동영상 압축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안드로이드피트는 소송 당사자인 애플이나 삼성의 모바일 기기에 호건의 기술이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로그 ‘디지트’는 2008년에도 IT 소프트웨어 기술 소유권을 놓고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의 전(前) 직원과 특허소송을 벌인 적이 있다고 밝혔다.

호건은 이에 대해 “내가 편향되었다는 의심을 받는다는 점은 알지만 터무니없다”며 “나는 동전 한 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건은 평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배상하길 원했다”는 발언으로 눈길을 끈 바 있다.

한편 미국의 ‘특허괴물’로 불리는 인터디지털이 이번 소송 결과에 고무돼 매각 계획을 철회키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인터디지털은 2만여 개의 특허를 보유한 기술거래 회사로, 삼성·애플 소송의 최대 수혜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빌 메릿은 “애플의 승리는 특허의 가치를 보여줬다”며 “판매를 계획하고 있는 지적재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디지털은 지난 6월에도 인텔에 3억7500만 달러를 받고 1700여개의 특허를 판 바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