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내부거래 STX 최다·삼성 35조 최대… 비상장사가 상장사보다 많아

입력 2012-08-30 21:17


지난해 말 기준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규모가 전년보다 40조원 이상 늘어나 190조원에 육박했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상장사보다는 비상장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비중으로는 STX, 금액으로는 삼성의 내부거래가 가장 많았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46개 대기업집단이 거느린 1373개 계열사의 총 내부거래 금액은 186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1조6000억원 늘어났다.

비중 면에서는 STX가 27.6%로 1위를 기록했으며 SK(22.1%), 현대자동차(20.7%) 순이었다. STX는 해외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중공업과 엔진 등의 계열사 연관 내부거래가 늘어났다. 금액으로는 삼성이 35조3000억원으로 내부거래가 가장 많았지만 비중은 13%를 나타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등 5대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이 132조원으로 전체의 70.9%를 차지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8%로 그 지분율이 30% 미만인 회사(13.1%)보다 배 이상 높았다. 특히 총수 2세의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56.3%로 훨씬 컸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2세가 대주주인 회사를 키우는 방식으로 사실상 재산 대물림을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비교적 외부에 노출이 덜 된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4.5%로 상장사(8.6%)보다 3배나 많았다. 금액 역시 100조2000억원으로 상장사의 86조원을 뛰어넘었다.

SK와 삼성, LG 등 상위 대기업집단은 휘발유·경유와 LCD 등 주력산업 분야에서 내부거래 금액이 컸다. 주력산업 분야가 수직계열화로 계열사 간 연관관계가 깊어 부득이하게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측면은 있지만 일감 몰아주기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경쟁입찰 여부와 대금결제 방식도 조사 대상에 처음 포함됐다. 조사 결과 전체 내부거래에서 89.7%가 수의계약으로 거래 상대방을 선정했다.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비판이 많았던 시스템통합관리·물류·광고업 내부거래 시 수의계약 비중도 91.8%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100% 출자 자회사나 수직계열화 등 부득이한 사유로 내부거래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일감 몰아주기 등 불합리한 거래관행이 지속될 수 있어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