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개선안 들여다보니… 1만원대 보험료, 다른상품 갈아탈수 있어
입력 2012-08-30 18:39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개선대책의 최대 목적은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혀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을 줄이자는 데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을 특약으로만 끼워 팔기 때문에 사망보험 등 정액을 보장하는 다른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는 실손 혜택을 볼 수 없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런 통합상품에서 실손보험료는 보통 1만∼1만5000원으로 전체 보험료의 1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실손 혜택을 받기 위해 통합상품에 들어야 해 보험료가 7만∼10만원 수준으로 뛴다. 다른 실손 상품으로 갈아타려면 통합상품 전체를 해지해야 하는데 위약금 때문에 발목이 묶인다.
내년 초 출시되는 실손보험 단독상품은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다. 1만원 안팎의 보험료만 내면 되고, 해지 부담이 적어 언제든지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기 쉽다. 보장 내용을 최대 15년마다 변경할 수도 있다. 현재의 실손보험은 가입하면 100세까지 동일한 보장을 유지하기 때문에 각종 의료 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의료비 자기부담금 비중을 기존 10%에서 20%로 늘리고 보험료를 낮춘 실손 상품도 나온다. 기존 실손보험은 일괄적으로 의료비의 90%를 부담했다. 결과적으로 ‘80% 보장형’의 보험료가 ‘90% 보장형’보다 10% 이상 낮아질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한다.
또 금융위는 보험료 갱신주기가 길어 한꺼번에 ‘보험료 폭탄’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막는 차원에서 갱신주기를 1년으로 줄였다. 기존 3년의 갱신주기로는 보험료가 60∼70%씩 뛴다. 금융위 관계자는 “3년마다 20% 수준의 위험률 인상을 가정하면 초기 보험료가 1만3690원인 실손보험에 가입한 40세 남성이 80세가 됐을 때 내야 할 보험료는 월 60만4750원”이라며 “이런 구조라면 정작 의료비 보장이 절실한 노후엔 소득이 없어 보험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주기를 1년으로 단축해도 전체 인상 폭은 비슷하거나 더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료를 매년 10%씩 3년간 올리면 3년 만에 30%를 인상한 것보다 더 오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보험료 변동 폭이 보험사 평균을 10% 포인트 이상 벗어나면 적정성을 심사할 방침이지만 업계 전체 보험료가 높게 오를 때에는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여기에다 실손보험 손해율 폭등의 주범인 과잉진료비 대책이 빠져 손해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만 가중된다는 불만도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 진료비는 과잉 진료비를 유발하는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