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주자 밀착 취재-④ 정세균] 인천 간담회서 ‘좋은 세균론’ 펼치며 지지 호소
입력 2012-08-30 18:42
“오늘이 바로 인천에는 길일입니다.” 29일 인천광역시 서구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공사현장을 방문한 정세균 상임고문을 향해 현장 관계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날은 인천 지역 여야 국회의원과 인천시로 구성된 여·야·정 협의체가 주경기장 건설 사업비의 국고지원을 대폭 늘린 ‘인천 아시안 게임 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합의한 날이다. 때마침 선거 운동차 인천에 들른 정 고문 입장에서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정 고문은 건설현장 내 사무소에서 송영길 인천시장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제 상임위가 마침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다.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정 고문은 오전 전주에 위치한 전북도당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한 뒤 승용차를 달려 인천으로 찾아온 길이었다. 시간을 쪼개다 보니 점심식사도 휴게소에서 산 김밥으로 대신했다.
초반 순회경선에서 다소 처진 4위에 머물러 있는 그에게 5번째와 6번째 순회경선지인 전북과 인천은 매우 중요하다. 생물학적·정치적 고향인 전북과 타 지역에 비해 호남향우회세가 큰 이곳에서 2위 그룹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놔야 하기 때문이다.
정 고문은 이동 중인 차량에 동승한 기자에게도 이런 고민을 슬쩍 내비쳤다. 그는 “전북은 정통성 있는 정세균이냐, 아니면 인기 있는 다른 후보냐(문재인 상임고문)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인천도 해볼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요즘 노력을 참 많이 한다. 말과 행동도 평소와 다르게 공격적으로 한다. 그런데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지지율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곧 “내가 원래 시동이 늦게 걸리는 스타일이야. 슬로 스타터지. 아직은 지켜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라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정 고문은 중간중간 지지자들과 카카오톡을 주고받았다.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못 받는 전화가 많아 짬이 날 때마다 카톡으로 대화를 한다는 설명이다. “공짜니까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그분 좋지요. 그런데 우리가 집권하면 여소야대 국회가 된다. 이를 뚫고 나갈 좋은 정치 경험이 필요하다”며 “여야를 통틀어 내가 가장 위기관리 능력이 있고 경험이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당에서 열린 대의원 간담회에서는 ‘좋은 세균론’을 펼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 고문은 “나쁜 세균과 좋은 세균이 있듯이 저는 좋은 세균, 좋은 정치를 한다”며 “제가 당 대표를 3번 했는데 공천헌금 받았다는 이야기 들은 적 있느냐. 저는 나쁜 정치인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제 이름은 기억을 못해도 얼굴만 보면 민주당을 떠올린다”며 “당 정체성에도 딱 맞고 훈련이 완벽히 된 저를 1등이 안되면 2등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정 고문은 인천 공식 행사를 마친 뒤 저녁식사를 두 번 했다. 한 번은 인천에서, 또 한 번은 여의도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밥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서울 창전동에 위치한 박준영 전남지사의 선거캠프를 깜짝 방문해 지지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박 지사의 캠프 관계자들은 속속 정 고문 캠프에 합류하고 있다.
정 고문은 오후 10시20분쯤 신촌에서 대학생들과 만나 30여분간 호프 타임을 가진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쳤다. 정 고문은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값 등록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자신이 어린 시절 어렵게 공부한 이야기 등을 들려주기도 했다.
한편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는 30일 정 고문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오는 1일 전북 경선을 앞둔 그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인천=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