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또 오보… 못믿을 기상청 예보
입력 2012-08-30 21:17
기상청의 태풍 예보가 잇달아 빗나갔다.
전국적으로 큰 피해가 예고됐던 지난 28일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은 남부지방에 피해를 입힌 것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조용히 한반도를 통과했다. 제14호 태풍 ‘덴빈(TEMBIN)’ 역시 기상청의 예보와 경로가 달랐다.
기상청은 지난 26일 발표한 ‘볼라벤’ 예보에서 28일 중부지방에는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30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천 옹진군 서수도(초속 35.1m), 충남 예산군 덕산면(41.4m) 등 섬이나 산간지방 위주로 강풍이 불었다. 서울 역시 구로(30m) 외에는 예보가 틀렸다.
강수량은 더욱 엇나갔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의 예상 강수량이 50∼100㎜, 많은 곳은 150㎜ 이상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실제 중부지방의 강수량은 인천 덕적도가 44.5㎜, 경기도 양주 백석읍이 30㎜였다. 서울은 6㎜에 그쳤다.
‘볼라벤’의 이동 경로는 조작 논란까지 일었다. 기상청이 발표했던 ‘볼라벤’의 이동 경로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와 일본 기상청(JMA) 발표와 경도 0.8∼1.1도(약 90∼120㎞)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상청이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이동 경로를 조작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상청은 “어떤 나라의 자료가 정확한지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조작 가능성을 부인했다.
‘덴빈’의 진로 역시 기상청 예보를 빗나갔다. 기상청은 29일 ‘덴빈’의 중심이 31일 수도권에 상륙한 뒤 같은 날 오후 강릉을 통과해 한반도를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덴빈’은 실제로 이보다 하루 빠른 30일 오후 1시 전남 순천 지역에 상륙했고, 안동을 거쳐 31일에는 속초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민들은 “기상청의 호들갑 예보로 애꿎은 피해만 입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누리꾼은 “초강력 태풍이라고 해서 펜션 손님이 무더기로 취소해 350만원가량 손해를 봤다”며 “초강력 태풍이라고 했는데 충남 태안 지역에는 나무 한 그루 안 쓰러졌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라는 것이 고정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주변 기압계 등 조건에 영향을 받아 예보에 어려움이 크다”며 “100% 정확한 예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