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0곳 중 9곳 CEO가 이사회 장악
입력 2012-08-30 18:27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10곳 가운데 9곳 이상은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10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기업이 91.4%(649곳)라고 30일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부분 재벌그룹 계열사의 경우 CEO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CEO가 아닌 내부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곳이 6.1%(43곳)에 이르렀지만 이들도 사실상 CEO의 지시를 받기 때문에 CEO 입김이 이사회를 좌지우지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한 곳은 전체의 2.5%(18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18곳은 대부분 주인이 없는 금융회사, 공기업이거나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이었다.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전북은행 등 금융회사의 경우 전국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라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야만 한다.
국내 기업과 달리 미국의 경우 S&P 1500에 들어 있는 기업 가운데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46%에 이른다. 이 중 53%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방문옥 연구원은 “지배주주가 CEO 또는 실질적 의사결정자로 활동하는 우리나라에서는 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고 경영감시자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계는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고려하면 ‘겸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영진과 무관한 인력집단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출하면 경영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면 이사회 독립성을 유지하고,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신속한 의사 결정이나 새로운 사업 추진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