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금융지주 회장 4명 자사주 성적표 보니… 어윤대·한동우 ‘D’ 이팔성 ‘B’ 김정태 ‘A’

입력 2012-08-30 20:54


대형 금융지주회사 회장쯤 되면 재테크의 ‘달인’은 아니라도 ‘고수’라고 부를 만하다. 산하 계열사에서 올라온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외 경제를 평가·분석하는 정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이 경영하는 그룹에 대한 평가라면 어떤 외부 투자자보다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이런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취임 이후 책임경영을 내걸고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 그렇다면 투자 성적표는 어떨까. 경제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두 명은 선방했고, 두 명은 큰 규모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공교롭게도 장기 투자일수록 성적표는 좋았다.

자사주 매입에 가장 공격적인 사람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다. 어 회장은 2010년 7월 취임 이후 11회에 걸쳐 15억3679만원(3만770주)을 투자했다. 결과는 아직까지 좋지 않다. 30일 종가(3만7800원) 기준으로 평가액이 11억6311만원이다. 수익률은 -24.3%(3억7368만원)를 기록했다. 평소 KB금융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강조해온 어 회장은 보유했던 펀드·적금 등을 해약하고 자사주 투자에 ‘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KB금융 자사주 전량 매각으로 주가가 흔들리던 지난해 8월에는 세 차례에 걸쳐 5억9060만원을 투자하며 주주들 동요를 막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아파트 한 채 가격을 날렸지만 어 회장은 여전히 KB금융의 적정 주가가 5만원 이상이라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 어 회장의 누적 평균매입 단가는 4만9944원이다.

어 회장이 ‘공격형’이라면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소신형’에 가깝다. 지난해 2월 취임한 뒤 세 차례에 걸쳐 5억9106만원을 들여 1만2430주를 매입했다. 한 번에 무려 2억6005만원(5430주)을 투자하기도 했다. 회당 투자금액으로는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최고액이다. 지난해 말 경영권 분쟁 이후 출범한 ‘뉴신한’의 가능성에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익률(-24.8%)이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최저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안정형’이다. 2008년 6월 취임한 뒤부터 이달까지 50개월간 무려 25회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였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자사주를 매입한 일종의 ‘적립식’ 투자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올해에 유일하게 자사주를 사들인 금융지주 회장이기도 하다. 이 회장의 수익률은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8.97%로 선방했다. 총 투자액은 8억5521만원.

가장 좋은 투자 성적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받았다. 김 회장은 1991년 하나은행 출범 때부터 함께한 창립 멤버다. 2007년 3월 등기임원으로 임명된 뒤 취득한 자사주 총액이 1억8410만원, 현재 평가총액은 2억550만원으로 11.6%의 수익률을 올렸다. 등기임원이 되기 전에도 3만9375주를 보유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등기임원 전 주식거래 현황은 본인 외에는 알 수 없어 공식 집계는 불가능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