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한경직’ 유신독재시절 민주화 요구 비화 담아 무소유 일대기 생생
입력 2012-08-30 18:05
한국교회의 거목(巨木), 고 한경직(사진) 목사의 삶과 신앙을 다룬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 ‘한경직’(감독 천정훈, 내레이션 정애리)의 첫 시사회가 30일 영락교회 및 월드비전 관계자들과 언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렸다. 한 목사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영화는 ‘울지마 톤즈’의 제작사인 마운틴픽처스가 제작과 배급을 맡았다.
영화는 한 목사가 생전에 남긴 인터뷰 동영상과 자료사진, 미국 현지 취재와 국내외 관계자들의 증언 등으로 구성됐다.
1902년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태어나 사무엘 마펫 선교사가 세운 예배당에 다녔던 이야기부터 일제시대 조만식 선생으로부터 민족교육을 받고, 미국 프린스턴신학교로 유학을 갔던 일 등이 한 목사의 육성과 자료화면을 통해 회고됐다.
귀국 후 신의주교회에서 시무하다 일제에 의해 쫓겨나고 해방 뒤에는 북의 숙청대상으로 지목돼 38선을 넘은 일, 서울에 영락교회의 전신인 베다니전도교회를 세우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고아가 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밥 피어스 목사와 함께 월드비전을 설립한 일 등 오늘날까지도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사역들도 소개됐다.
또 일제시대 신사참배를 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신사참배한 죄인이라고 고백했던 이유, 정치적 문제에 침묵함으로써 독재쟁권을 비호했다는 비판 뒤에 숨겨진 진면목도 새롭게 드러났다. 제작진은 특히 한 목사가 서슬퍼런 유신독재 시절인 74년 주요 교단장들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에게 긴급조치 해제와 구속 인사 석방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건의문도 미국에서 입수해 공개했다.
한 목사는 2000년 4월 19일 소천하기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이나 예금통장 하나 없이 일생을 청빈하게 살았다. 92년 종교계의 노벨상인 ‘템플턴상’을 수상하고 받은 상금 102만 달러도 곧바로 북한선교를 위해 기부했을 정도였다. 영화 ‘한경직’은 다음달 13일 정식 개봉한다.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