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교단장·300여 기독학교장·교계단체 대표 “정부, 미션스쿨 종교교육권 보장하라”
입력 2012-08-30 18:06
교계 지도자와 기독교학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에 기독교학교 탄압을 즉각 중지하고 종교교육권을 보장해달라고 강력 촉구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불교단체인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에게 기독교학교를 사찰케 하고 교육당국이 미션스쿨의 종교교육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교계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분연히 나선 것이다.
종교편향기독교대책위원회에 참여한 17개 교단장과 전국 300여개 기독교학교장, 교계단체 대표들은 30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기독교학교 탄압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종자연 문제 등 일련의 사건을 한국기독교사학 역사상 가장 심각한 탄압사태로 규정하고 정상화가 이뤄질 때까지 정책제안, 서명운동, 법적투쟁 등을 전개할 것을 다짐했다.
참석자들은 종교편향대책위 명의의 성명을 통해 종자연에 대해 기독교학교 불법사찰을 중단할 것을, 인권위에 대해선 종자연과의 불공정 계약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 사립고교에까지 종교과목의 대체과목 개설을 강요한 것을 월권(越權)으로 규정하고 법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정치권에 대해서도 교계의 시정 요청을 더 이상 묵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참석자들은 미션스쿨에서 일부 학생이 종교교육을 거부하는 문제는 학교 평준화 정책의 강행 때문이므로 교육당국이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명수 서울신학대학원 교수는 “학생들이 강제로 종교교육을 받지 않고 종립학교도 학교의 성격을 이해하는 학생들만 가르칠 수 있도록 ‘선지원 후추첨’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준화 정책에 따라 박탈당한 학생의 학교선택권과 종립학교의 학생선발권을 되돌려달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전용태 변호사도 “교육기본법에 ‘사립학교(종립학교)는 특정 종교를 교육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선지원 후추점제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개정해 종교교육권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설교자로 나선 이철신 대광학원 이사장(서울영락교회 목사)은 “우리 방식으로 학생들을 나라에 유익한 사람으로 만들 테니 정부가 방해하지 말고 그냥 놔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남택 명지고 교장은 최근 한겨레신문에 ‘수업 대신 할렐루야… 학교는 종교감옥’이란 악의적인 제목으로 명지고가 다뤄진 사건에 대해 조목조목 사실관계를 밝혔다. 한겨레는 제보한 학생이 “신앙부흥회에 참여하려니 너무 괴로웠다”고 한 것으로 보도했지만, 황 교장은 “제보 학생은 오히려 부흥회가 좋았고 감동적이었다고 고백했다”고 반박했다. 황 교장은 “일부 언론은 사립학교가 설립이념 구현에 노력하는 것을 불법단체 활동인양 보도하고 있다”며 “이는 학생인권 존중이 아니라 사립학교의 교육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교근본주의연구소 문병길 소장은 한겨레의 명지고 관련 기사가 나온 직후 종자연이 명지고에 시정요구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 “황당하고 무례한 행위”라며 “종자연 같은 안티기독교 세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갈수록 조직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대표회장 윤희구 목사는 “기독교학교들이 종자연의 조사를 거부하겠다고 하니까 최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시 모든 종립학교에게 자체적으로 종교교육 실태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며 “종자연의 활동은 시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목사는 “종자연의 최종 목표는 모든 분야에서 법으로써 기독교의 선교를 막겠다는 것인데 정부는 이에 편승해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우리는 힘을 모아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