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딸과 다른 아들, ‘네∼’는 긍정이 아니다
입력 2012-08-30 17:57
우리 아들이 미술로 달라졌어요/최민준/아트북스
“한번만 더 말 안 들으면 엄마 화낼 거야.”
“네? 엄마, 못 들었어요.”
눈치 챘겠지만, 아들과 엄마의 대화다. 많은 엄마들이 대충 듣고 넘기는 아들에게 분노하고 자신에게 애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걱정 마시라. 이건 선천적인 남녀의 기질 차이일 뿐이다. 아들의 ‘네’는 긍정의 의미가 아니라는 걸 엄마들이 안다면 문제의 해결은 쉬워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바로 아들을 둔 엄마, 여자이기에 아들의 심리를 모르는 엄마들을 위해 썼다. 미술교육전문가인 저자는 그런 특성적 차이에 기초해 미술로 아들의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1장 ‘딸인 엄마는 절대 모르는 아들의 마음’에서는 아들의 특성을 쉽게 정리했다. 그에 맞는 대처법도 소개한다. 예컨대, 아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얘기하지 않는 것은 귀찮거나 엄마를 우습게 여겨서가 아니라 어른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욕구를 자극시켜주는 게 중요하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풀어!”라고 지시하기보다 공부하는 시간만 정해주고, 그 시간 안에서는 아무거나 좋아하는 공부를 골라서 할 수 있도록 존중해주는 게 아들에겐 적합하다.
또 아들은 대충 듣고 넘기는 기질이 있다. 그러니 딸이 아닌 아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는 하던 설거지를 멈추고, 고무장갑을 벗고, 아이 눈을 똑바로 보며 이야기하라고 충고한다.
2장에서는 ‘아들의 성향에 따른 맞춤형 미술교육’이 이어진다. “내 맘대로 할래요”라고 하는 자기주도 성향이 강한 아들, “이런 건 하기 싫어요”라고 외치는 반항하는 아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라고 내뱉기 일쑤인 집중력이 약한 아들….
눈길을 더 끄는 건 3장이다. ‘아들을 변화시키는 실전 미술수업편’이기 때문이다. 공룡, 자동차 등 한 가지 그림에만 빠져 있는 아들, 검은색만 쓰는 아들, 색을 마구 쓰는 아들, 스스로 그리지 않고 남에게 그려달라고 떼쓰는 아들, 폭력적인 그림을 그리는 아들 등 다양한 행태가 나온다.
색을 마구 섞는 아이에겐 빨강과 파랑을 섞어 만드는 보라색이 열 가지 이상이라는 걸 직접 색을 섞게 하고 관찰하게 해 흥미를 유도하는 게 낫다. 남자아이의 눈은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색을 섞으며 보는 변화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기를 어려워하는 아들이라면 눈 감고 그리기를 할 때 게임처럼 재미있게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엄마들의 가슴을 덜컥 내려 않게 하는 건 검은색만 쓰는 아들, 빨간색만 쓰는 아들, 폭력적인 그림을 그리는 아들이지 않을까. “우리 아이 속에 잠재된 분노가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우려에 대해 저자는 잘못된 사회 통념에 휘둘려 사람 잡는 선무당이 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검은색을 좋아하는 게 감정상태의 표현일 수 있지만 망막의 차이에서 오는 선천적 차이일 수 있어서다. 또 폭력적인 작품이 싫다고 말하는 건 이 아이가 아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머릿속에 전투기와 로켓이 날아다니는 그들에게 꽃과 나비를 그리는 건 어렵고 재미없지 않은가.
다만 정의의 용사가 아닌 악당 편이 돼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행동의 그림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도 아이 표현을 일단 인정해주고 이를 대화의 소재로 삼으면서 변화를 끌어내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은밀하게 폭력성을 키우는 결과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