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호기심과 관찰이 세상을 바꿨다… ‘위대한 과학자들’
입력 2012-08-30 17:41
위대한 과학자들/앤드류 로빈슨 외/지식갤러리
태양계, 행성운동, 중력, 주기율, 방사능, 양자, 신경과학, 유전학….
이런 과학 분야 책에 흥미를 느끼고 몰입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왕의 금관과 넘쳐흐르는 욕조에 관한 아르키메데스의 일화를 듣고 무덤덤한 사람이 있을까. 과학 대중서 ‘위대한 과학자들’은 그래서인지 천문학에서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전 분야를 사람, 즉 과학자를 통해 소개한다. 과학자들의 삶이 그들이 발견한 과학적 지식과 함께 다뤄진다. 태양계의 발견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근대과학의 기초를 확립한 갈릴레오 갈릴레이, 라듐을 발견한 방사능 연구의 선구자 마리 퀴리 부부, 주기율표를 만든 드미트리 멘델레프 등 과학사에 족적을 남긴 과학자 43명이 등장한다. 과학을 울고 웃기는 사람 이야기로 풀어가니 어렵지 않게 읽힌다. 다만 과학 이론이 소개되는 부분을 읽을 때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연대순이 아닌 주제별로 다뤄진다. ‘우주’ ‘지구’ ‘분자와 물질’ ‘원자의 내부’ 등 규모가 큰 것에서 작은 순으로 묶었다. 따라서 그들의 걸출한 성과는 선배 세대 과학자들의 ‘거대한 어깨’ 위에서 이뤄진 것임을 파악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 과학자들의 이야기, 한 편의 드라마
16세기 폴란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1473∼1543)는 고대 그리스 때부터 군림해왔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을 뒤집었다.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엄청난 주장을 한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선회’라는 용어를 낳을 정도의 업적이었으니까. 불행하게도 코페르니쿠스가 평생의 연구 성과가 담긴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을 받아본 건 임종하는 날 침대 머리맡에서였다. 1년 전부턴 뇌졸중으로 수족도 쓰지 못했다.
그의 이론을 지지했던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이(1564∼1642)가 당시 최대 권력자였던 교회의 심기를 건드려 종교재판에 소환되는 위기를 겪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근대 물리학의 창시자인 영국의 아이작 뉴턴(1642∼1727)은 힘들고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유복자로 태어났고 어머니도 재혼하는 바람에 외할머니 손에서 컸다. 어머니와 의붓아버지가 사는 집을 불태우고 싶었던 적이 있었을 정도로 분노로 가득 찬 청소년기를 보냈다. 더욱이 어머니는 집안일을 시키겠다며 학교를 그만두게 하려고 했다. 그의 비상한 학문적 재능을 알아본 킹스 스쿨(3∼18세 대상 왕립 사립학교) 교장과 외삼촌이 막지 않았다면 만유인력의 법칙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에 근대 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1743∼1784)는 무난하면서, 어찌 보면 행복한 인생을 보냈다. 부유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기상학 광물학 지질학 화학 등 과학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법률 교육을 받았고 과학 공부는 취미로 했다. 그는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후에야 과학을 인생의 업으로 택했다. 아내 복도 있었다. 부잣집 딸이었던 아내는 지참금만 두둑하게 가져왔을 뿐 아니라 화학을 배워 충실한 조수 노릇을 해줬다. 그가 출간하는 책에는 그림을 그려주고 실험할 때는 옆에서 메모를 했다. 이런 아내의 도움을 받아 그는 ‘산소’를 발견했다.
# 과학자들을 묶어주는 공통점은 뭘까
위대한 과학자들은 국적, 집안배경, 교육훈련, 개성, 일하는 방법, 발견을 둘러싼 상황 등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우선 과학에 대한 현저한 지적 호기심이다.
상대성 이론으로 시간과 공간 개념을 바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은 어릴 적 집안 하녀들이 바보라고 불렀다. 그런데 과학엔 일찍 관심을 보였다. 그가 네댓 살 무렵 아버지는 자기 나침반을 보여줬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어떻게 나침반 바늘이 끈질기게 특정 방향을 가리키는지 신기했던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깊숙이 숨겨진 무언가 사물 뒤에 있음에 틀림없어.”
정규 교육을 싫어했던 반항아 아인슈타인이었지만 이렇듯 두드러진 과학적 호기심이 그를 위대한 발견으로 이끈 바탕 힘이었을 것이다. 상상력이 없었다면 위대한 전기모터, 원자력, 뇌 스캐닝 같은 대발견도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라부아지에가 발견한 산소 또한 마찬가지다. “황과 인이 공기 중에서 연소하는데, 무게가 감소하기는커녕 왜 증가하는 것이지?” 의문이 던진 상상력이 산소 발견의 단초를 열었다.
공통점은 또 있다. 모두 습관적이고 계속적으로 과학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사과가 떨어진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데 대해 사람들이 비결을 묻자 뉴턴은 “계속 그것에 관해 생각해서”라고 딱 한마디 했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이 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어떠한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영리한데도 발견을 하지 못한다. 발견자들의 특별한 능력은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원인과 의미를 습관적으로 찾는데 있는 것 같다. 이 능력에는 날카로운 관찰이 전제가 되며, 조사 대상에 대한 가능한 한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에 관한 판화나 그림, 조각 등 풍부한 도판은 책의 재미를 배가한다. 갈피마다 끼워둔 그들이 쓴 편지, 노트, 스케치, 다이어그램 등은 발견의 여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책은 각국의 과학자, 과학사가, 전문 저널리스트 등 30여명이 공동집필했다. 이창우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