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둘레길 근처 숲에서 자라고 있는 생명들… ‘열두 달 숲 관찰일기’
입력 2012-08-30 17:39
열두 달 숲 관찰일기/글·그림 강은희(현암사·1만6800원)
숲의 변화를 관찰한 생태그림일기. 관찰 시기는 2009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 1년간. 관찰 장소는 북한산 정릉탐방센터의 숲 한 자락. 관찰 대상은 그 일대에서 군집과 군락을 이루는 종(種)으로 선정하되, 인위적 조림지는 가급적 피하고 개망초나 서나물 등 외래식물이나 귀화식물은 제외한다.
6월 24일에 쓴 글 한 토막. “늙은 야생벚나무가 한 그루 쓰러졌다. 다람쥐들이 바쁘게 돌아다닌다. 전에 개암나무 가지에 묶어 둔 노랑쐐기나방의 알껍질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반쯤 삭은 무명실은 걷어 낼 필요도 없다. 알 속을 가만 들여다보니 죽은 듯 보이는 무언가가 있다. 꺼내보니 날개며 발이 벌처럼 보이는 구겨지고 얇은 누런 곤충이다.”
글은 가식이 없고 담백하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둘레길 근처의 숲에서 어떤 생명들이 자라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아린이 벗겨지고 잎이 펼쳐지려는 상태, 여린 샘털이 달려 있는 새잎, 개미떼가 새카맣게 몰려 있는 알집 등 130여 컷의 세밀화가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두 번의 야생화전을 열었던 핸드메이드 작가. 현재 개방형 생태정원 ‘도토리-EH’를 준비하고 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