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반성장 비웃는 대기업 내부거래
입력 2012-08-30 18:40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과제로 제시하면서 주요 대기업들은 앞다퉈 동반성장 계획을 내놨다. 중소 협력사들과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는 사진이 신문을 장식했고, 내부 계열사에 주로 맡겼던 광고, 시스템 통합(SI), 물류, 건설업 물량을 외부 중소기업에 개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2010년 말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들의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해 성적 하위 기업들을 공개했다.
그러나 동반성장정책을 추진한 지난 2년간 소리만 요란했음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대기업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46개 대기업 매출액 중 비중이 작년 말 13.2%로 2010년 말의 12.0%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비상장사와 총수 지분이 높은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24.5%, 13.6%로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았고, 마찬가지로 2010년보다 더 늘었다. 특히 2세 지분율이 50% 이상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56.3%에 달했다. 총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매출을 끌어올리고 경영권 승계를 쉽게 하려는 대기업들의 관행이 여전히 심각함을 보여준다.
내부거래 금액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으로 35조원에 달했다. 이어 SK 34조원, 현대차 32조원, LG 15조원, 포스코 14조9000억원 순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은 STX가 27.6%로 가장 높았고, SK(22.1%) 현대차(20.7%)가 뒤를 이었다. 겉으로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상생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내부거래를 통해 덩치 키우기와 총수 일가의 부 증식에 열 올리는 대기업들의 이중적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기만 살겠다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빵집, 커피전문점까지 진출하면서 중소기업들을 옥죄어서야 되겠는가. 대기업들은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발목 잡는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글로벌 기업답게 불공정한 관행을 고쳐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