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장지영] 패럴림픽도 재미 있다

입력 2012-08-30 20:43


국민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런던올림픽은 지난 13일 끝났지만 그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잇단 오심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드라마틱한 선전으로 종합순위 5위라는 원정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메달리스트 혹은 선전한 선수의 소속 기업이나 연고지인 지자체는 물론 TV의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이들을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 30일 시작된 또 하나의 올림픽인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런던올림픽과 비교해 너무나 미미하다. 올림픽 기간 내내 특별 프로그램을 내보내던 국내 방송사들의 경우 패럴림픽은 9월 10일 폐막까지 대부분의 시청자가 보기 어려운 평일 낮에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몇 번 중계하는 게 고작이다.

사실 패럴림픽이 언론으로부터 소외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다행히 이번 대회의 경우 대한장애인체육회 홈페이지와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대회를 생중계한다고 한다.

패럴림픽은 원래 상이군인의 재활에 스포츠를 도입한데서 시작됐다. 런던 근교인 스토크맨드빌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루드비히 구트만 박사는 2차 대전 중 척수손상을 입은 상이군인의 치료를 위해 휠체어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운동을 도입해 큰 효과를 거두었다.

이 상이군인들이 1948년 런던올림픽 개최에 맞춰 16명으로 대회를 연 것이 패럴림픽의 효시다. 대회는 1952년 네덜란드의 상이군인들이 동참하면서 국제대회로 발전했고, 1960년 로마에서 제1회 대회를 치르면서 본격적인 장애인 올림픽으로 발전하게 됐다. 1976년 토론토 대회에서 시각 및 절단 장애인의 경기가 포함됐으며 1980년 네덜란드 안햄 대회부터 시각·청각·지적·지체 등 4개 유형의 장애인이 모두 참여하게 됐다.

패럴림픽이란 명칭은 1964년 도쿄 대회에서 척수장애(Paraplegic)와 올림픽(Olympic)의 합성어로 사용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다른 장애인들도 참가하면서 현재는 ‘나란히’를 뜻하는 라틴어 접두어 ‘Para’를 사용해 올림픽과 동등하게 개최된다는 의미로 재정립됐다. 특히 미국 뉴욕과 영국 에일즈베리에서 분산 개최된 1984년 대회부터는 패럴림픽 사상 처음으로 오륜기가 게양됐으며, 1988년 서울 대회부터는 올림픽이 끝난 2주 후 같은 장소에서 열리게 됐다.

경기 종목은 제1회 대회에선 8개였지만 점점 증가해 이번 런던 대회에서는 20개에 이른다. 제3회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회부터 참가한 한국은 이번엔 13개 종목에 선수단 149명을 파견했으며 금메달 11개로 종합 13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을 볼 수 있는 패럴림픽은 그동안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서 그렇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정규 올림픽 경기보다 재미있는 대목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관계 없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라며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 인구 비율은 5.61%다. 20명 중 1명꼴로 장애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애를 드러내길 꺼리는 한국 실정을 감안하면 장애 인구 비율이 10%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장애 발생 원인은 사고나 질환 등 후천적 원인이 90.5%나 된다. 누구나 언젠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말 나 자신은 장애와 관련이 없는 것일까.

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