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피임약 구입, 처방전 있어야… 종교계 등 반발로 ‘일반의약품 재분류’ 없던일로
입력 2012-08-29 21:28
논란이 됐던 긴급(사후)피임약이 결국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으로 남게 됐다. 당초 부작용이 우려돼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던 사전피임약은 현행대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결정됐다. 지난 6월초 긴급 및 사전피임약 구입 시 처방전 유무 조건을 바꾸는 의약품 재분류안이 발표된 뒤 종교계와 여성계, 의약계를 들끓게 했던 피임약 논쟁은 두 달 만에 ‘원위치’로 결론 났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9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위)를 열어 504개 의약품에 대한 재분류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6월 1차 발표안에 따르면 긴급피임약은 일반의약품, 사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됐다.
김원종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학적, 과학적 측면에서 ‘긴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사전피임약 전문의약품’이 타당하다는 게 중앙약심위 위원 다수의 의견이었다”며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현행제도를 유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향후 3년간 두 피임약의 사용실태 및 부작용을 살펴 재분류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과학적 증거와 정반대 결정이 내려지면서 대책은 어정쩡해졌다. 긴급피임약은 처방전 없이 응급실 등에서 심야(밤 10시∼이튿날 오전 6시)나 휴일에 원내 조제가 허용되고, 성폭력상담소 학교보건실 등을 통해 필요한 경우 투약을 안내하도록 했다. 반면 사전피임약은 복약안내서가 제공되는 수준의 관리책이 제시됐다.
피임약 두 종과 히알루론산나트륨 0.3%(인공눈물) 등 3종을 제외한 나머지 의약품 분류는 1차 발표안과 동일했다. 패치형 어린이용 키미테(멀미약)와 함량이 큰 우루사(간기능 개선제), 항생제 성분의 여드름 치료제 등 262개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잔탁정 75㎎(속쓰림 치료제) 등 200개는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됐다. 히알루론산나트륨 0.1·0.18%(인공눈물), 락툴로오즈(변비약) 등 42종은 효능과 효과에 따라 병·의원에서 처방을 받거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동시 분류’ 품목으로 지정됐다. 재분류 결과는 내년 3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