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국내 개인전 ‘보따리 작가’ 김수자씨, 세계 직물문화 촬영 ‘실의 궤적’ 등 선보여

입력 2012-08-29 19:31


“다양한 삶과 자연과 문명을 실을 통해 하나로 이어가는 작업입니다. 바느질은 찢기고 상처 난 것을 치유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고요.”

‘보따리 작가’로 잘 알려진 설치작가 김수자(55)씨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10월 10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 주최로 전남 영광에서 영상 프로젝트를 설치한 이후 2년여 만의 전시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곳곳의 직물문화를 촬영한 16㎜ 다큐멘터리 영상작업 ‘실의 궤적(Thread Routes)’ 등 7점을 ‘숨쉬기(To Breathe)’라는 타이틀로 선보인다.

29일 전시 개막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가장 최근에 완성된 영상작업 두 편을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만큼 의미 있는 전시”라며 “이전의 보따리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삶과 예술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세계의 총체성에 이를 수 있는지가 나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밝혔다.

홍익대를 나와 1990년대부터 미국 뉴욕에 살면서 작업하는 그는 보따리와 이불보로 만든 설치작품과 이불 보따리를 트럭에 가득 싣고 떠도는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작품 등을 선보이며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99년과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서 각광받기도 했다.

국내 처음 선보이는 1부 전시에서는 페루에 있는 쿠스코 주변의 성스러운 계곡(the Sacred Valley)과 마추픽추, 타킬레 섬마을의 바느질과 레이스 짜기를 보여준다. 마추픽추 자연과 물의 풍경이 하나로 어우러진 작품이다.

세계에서 처음 공개한다는 2부 전시는 이탈리아 부라노, 벨기에 브루주 지역과 크로아티아의 베네딕트회 수녀들의 레이스 작업 등 유럽 각지의 전통적인 직조 현장을 담았다. 유럽 레이스의 구조와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성당,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궁전 등 유명 건축물 간의 형태적 연관성을 생각하면서 작업했다고 한다.

작가는 “지구촌의 다양한 실의 문화를 인류학적, 건축적, 문화적 구조와 대비시킴으로써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최근 작업에서 영상 비중이 커진 데 대해 그는 “만들거나 조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주제를 담으려고 하다 보니 영상이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